▲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3일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김보성
이러한 영어 중심 정책 추진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부산시는 '한글 관련 사업 확대 추진'을 동시에 발표했다. 곧 "정책 추진 시 한글 경시 우려와 관련해 공문서 내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추진된다. 각종 보도자료의 외국어 사용비율을 점검하고 순위를 공개하며, 국어책임관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옥외광고물의 한글 표기를 점검하는 한편 부산 사투리 연구 및 지역어 사전 편찬 작업도 병행한다"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런 정책 변화에 중심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동아대 국어문화원이다. 부산시 국어책임관과의 연락 소통을 담당하는 박주형 특별연구원은 이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어문화원은 2006년 설립 이후 부산시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부산시와 함께 '쉽고 바른 공공언어 사용 길잡이'를 시 본청과 16개 구․군, 출자․출연 기관 등에 배포한 바 있습니다. 부산시는 2021년 국어 사용 조례에 '공급자가 아닌 시민 입장의 용어 사용'이라는 내용을 새로 넣었고 국어책임관 역할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초기 국어책임관 연계 사업으로 이루어졌던 공공언어 개선 사업은 지금의 국어문화 활성화 사업으로 확대되기까지 부산광역시 문화예술과 국어책임관, 그리고 실무자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 덕분이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간혹 담당자가 빨리 바뀌어 협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던 때도 종종 있었다는 것. 연구원들은 국어책임관 제도가 실제 사정에 맞게 바뀐다면 국어문화 사업의 발전을 끌어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2024년 발행될 부산말 사전, 지역 언어문화 지킴이 될 것
기자는 이들 말 중 '부산 방언사전' 또는 '현대 부산 사투리 사전'이 아닌 '현대 부산말 사전'이란 말이 먼저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은 지역 방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부정적 이미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영선 원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예산 부족 등으로 힘은 들지만, 부산말 사전 편찬에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사전 편찬 작업에는 인터뷰에 참여한 김영선 원장을 비롯해 박주형, 윤주희 연구원 외에도 김민진, 오가현, 공태수, 김현지, 정희택 연구원 등이 조사 및 연구부터 함께 힘을 보태어 오고 있다.
부산말 사전은 2021년부터 시작해 2024년 2월 발간 예정으로 어휘 수는 대략 2500여 어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박주형 연구원은 부산말에 무지한 기자를 위해 부산말의 특징은 한 마디로 '효율성', '경제성'이 돋보이는 언어라고 했다.
이를테면 '주둥이'를 '주디'라 하거나 '비켜라'를 '비~라', '뒤집어지다'를 '디비지다' 등으로 말하는 것과 같이, 발음의 경제성 고려한 음운 탈락이 일어난 어휘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70대 이상 세대의 어휘에서는 옛말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이분들을 직접 조사해 보고 '토마토'가 부산말로 '땅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김영선 원장은 현대 부산말 사전 편찬 취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번 지역어 보전 사업은 부산의 지역어, 즉 방언을 확인하고 보전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2019년부터 이루어진 조사와 계획들을 바탕으로 내년 2024년 2월 '현대 부산말 사전(가칭)'을 펴내기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표준어 교육이 확대된 지 오래인 데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준어를 접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각 지역어는 그것의 뚜렷한 성격, 즉 억양이나 성조, 어휘 종류 등이 많이 사라져 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에 현대 부산말 사전을 펴내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담길 부산말 중 그 인식과 실제 사용 빈도에 대한 조사도 함께 더해 부산말의 현주소를 찾아보려 합니다."
한편, 동아대 국어문화원이 개원 이후 꾸준히 해온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사업은 어르신 한글 교실이라고 한다.
어르신 문해 교실, 약자 위한 국어문화 확산에 보람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