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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부터 K-팝 콘서트를 관통하는 이 개념

[하작가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미지 메이킹으로 점철된 정부 행보

등록 2023.08.11 09:41수정 2023.08.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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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개영식 입장하는 윤 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개영식 입장하는 윤 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능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이미지 메이킹. '2023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후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현주소였다. 

온열환자가 속출한 새만금에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등장했고, VIP 참석에 따른 의전·경호 때문에 행사 진행과 참가자 이동에 지체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청소년 참가자가 주인공인 행사에서 대통령 부부는 스카우트 복장을 하고 사열을 받아 주인공을 자처해 '보여주기 의전에 집착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뿐인가. 잼버리 사태가 심각해지며 국내외의 비판여론이 쏟아지던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차가운 물과 냉장·냉동 탑차 그리고 식사 질 개선을 주문하며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고 했다. 공무원 총동원령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a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오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오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콘트롤타워는 사실상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연신 새만금 현장을 찾았지만, 직접 변기를 닦는 등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였다.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새만금 잼버리가 오히려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 한탄을 자처했다. 

휴가 마지막날인 8일 윤 대통령은 "전세계 150여개국에서 모인 4만5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은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K-팝 콘서트를 가장 신경 썼다"고 했다. 잼버리 파행의 실추된 국격을 화려한 콘서트로 메우려는 태도다. 

바로 오늘(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 말이다. 새만금 철수서부터 이미 공무원 동원령은 내려진 상태다. 각 지자체가 지원 업무에 나섰고, 기업들도 자원을 내어줬다. 심지어 스카우트 참가자들에게 국민들이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있다. 급기야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들 역시 동원되는 모양새다.

"턱없이 부족한 준비시간, 조심해주세요"라는 우려  

"대형공연 무대 셋업 준비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구장 잔디 보험매트, 아시바, 레이허, 트러스, 전기포설, 음향, 조명 등 작업만 철야를 해도 아무리 빨라야 최소 3일이 걸려요. 오늘(10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렸으니, 무리한 작업 중에 안전사고가 나지 않았을지(아니 틀림없겠죠) 걱정입니다. 무대 지근거리 학생은 물론, 적재장비 등 시설 지날 때 안전에 더욱 조심해주세요."


온라인 상에서 주목 받은, 어느 공연 관계자의 우려 중 일부다. 행사 준비는 물론 관객 출입부터 경기장 입장과 복귀까지, 3만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대형 행사를 태풍이 서울을 관통하는 기간 준비하는 게 현실상 가능한지 의문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콘서트 준비 현장은 실로 아찔했다. 일각에선 안전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10일 건설노조는 "언론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촬영한 콘서트 무대 설치 사진을 보면, 다수의 산안법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경향신문>에 "정부가 급하게 콘서트를 준비하다보니 무대 설치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  10일 오후 북상 중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다음날인 11일 오후 예정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10일 오후 북상 중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다음날인 11일 오후 예정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 권우성

 
정부가 안전안내문자를 보내면서 '외출하지 마시라'고 하는 와중에 수만 명이 모이는 콘서트가 서울 한복판에서 준비되는 부조화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국민들은 준비 부족을 넘어 동원령 발령 같은 상황 속에서 K-팝 콘서트장에서 행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 잼버리를 최후의 순간까지 보여주기식 이미지 메이킹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혹시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장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려고 들진 않을까 걱정이다. 이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 

이미 행사는 강행됐다. 오늘 콘서트가 행사 본연의 의미 그대로 참가자들이 K-팝 스타들에 환호하고 즐거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남을 수 있게 안전만은 확실히 관리해달라.
덧붙이는 글 브런치 등에 함께 게재됩니다.
#새만금잼버리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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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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