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ab(공일랩) 팀이 만든 범행예고알림 '테러리스' 사이트 (사진=사이트 화면캡쳐)
01AB
곧장 찾아가 열어 본
사이트(https://terrorless.01ab.net/)에는 내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수많은 좌표들이 다닥다닥 찍혀 있었다. 좌표가 찍힌 지역도 전국으로 다양했고, 범죄 예고글의 원본 링크가 붙은 '제보된 위협 목록'도 볼 수 있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 웹사이트는 단 3일 만에 약 25만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내 눈은 자연스레 엄마가 사는 대전으로 향했다. 그곳에도 이미 2건의 칼부림 예고가 있었다.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대전에서도 칼부림 예고가 있었대. 조심해."
엄마는 잠깐의 침묵 후 '어디서?'라고 되물었다. 엄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지금껏 해온 말들이 너무 무책임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조심하라는 걸까. 60대에 들어선 중년의 엄마가 매번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확인을 통해 칼부림 예고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걸까.
지금도 온라인에선 칼부림 예고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다행히도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똑같이 온라인 상에서 칼부림 예고 지역들을 빠르게 확인하고 서로의 SNS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 세대는, 그걸 잘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너무나 실체 없는 두려움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모든 칼부림 예고글을 한 사이트에 정리해 놓은 '살인예고 지도'를 통해 이전보단 쉽게 주의할 수 있게 됐지만, 이에 대한 정보조차 접하기 쉽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옅은 공포를 안고 집 밖을 나서고 있다.
우리 엄마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칼부림 예고 글이 온라인 상에서 우후죽순 늘어날수록, 엄마가 느끼는 두려움과 무기력함도 한층 더 커질 게 분명했다. 유독 겁이 많은 우리 엄마. 일전에 행인이 별 뜻 없이 들고 있던 검정 펜을 흉기로 착각해 심장이 덜컥했다는 엄마의 일화가 떠올라 마음 한 켠이 시큰해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듯 칼부림과 같은 범죄 양상은 결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난 엄마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했다. 하나 뿐인 딸로서 이젠 '조심하라'와 같은 무책임한 말만 건네고 싶지 않았다.
안전의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