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케와 소비뇽 블랑 와인푸릇푸릇 개성이 강한 소비뇽 블랑에는 생명력과 신선함이 넘쳐흐르는 포케가 잘 어울리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임승수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배달앱에서 포케로 검색했더니 무려 29곳의 매장이 나온다. 확실히 요즘 핫한 음식이구나. 한 매장에서 메뉴를 살펴보다가 '아보카도 연어 샐러드 포케', '갈릭 쉬림프 샐러드 포케', '훈제 오리 샐러드 포케' 이렇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조리 시간이 짧은 음식이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가공식품 섭취로 오염된 체세포를 원시 인류의 체세포 수준으로 정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성실하게 섭취하기 시작했다. 용기 안 풀때기를 한 수저 가득 떠서 꼭꼭 씹다 보면 어느덧 민트 치약으로 양치한 듯한 신선함과 개운함이 입 안에서 감돈다. 그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푸릇푸릇한 소비뇽 블랑을 주입했다.
일단 프랑스산 무통 카데부터 시작해서 그다음에 뉴질랜드산 스톤베이의 순서로 마셨다. 아무래도 맛과 향이 강렬한 뉴질랜드산을 나중에 마시는 쪽이 정확하게 판단하기에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케, 그리고 두 와인을 어느 정도 체험한 후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역시 포케와 소비뇽 블랑이 잘 어울리네."
"맞아. 정말 그래."
"프랑스산과 뉴질랜드산 중에 어떤 게 느낌이 더 좋아?"
"나는 프랑스가 낫네. 맛과 향이 절제되어 있어서 음식하고 더 잘 어울려. 뉴질랜드도 좋긴 한데 너무 존재감 뿜뿜이라서 상대적으로 음식과 살짝 겉도는 느낌이야."
"그래도 와인만 마신다면 뉴질랜드산이 프랑스산보다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글쎄, 단독으로 마시더라도 프랑스산이 더 나을 것 같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계속 마시다 보면 좀 질릴 것 같거든."
물론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아내는 이런 의견이 그저 자신의 취향일 뿐이라며 혹시나 있을 논란 혹은 논쟁을 미연에 차단한다. 반박 시 네 말이 맞는다는 얘기겠지. 그렇다면 내 의견은 어떨까? 나는 둘 다 좋았다. 풍미는 뉴질랜드가 확실히 강렬하다. 와인 그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직관적이고 노골적인 뉴질랜드산 스톤베이에 조금 더 끌릴 것 같다.
프랑스가 더 좋았다는 아내 의견 또한 공감한다. 확실히 무통 카데의 절제미는 음식과의 공존에 있어서는 다소 유리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우열을 가린다 한들 한 녀석이 95점이라면 다른 녀석은 93~4점 정도의 차이랄까? 어차피 둘 다 멋진 녀석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이래저래 골치 아픈 세상, 고민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해서 편하게 즐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고민에도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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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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