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의 산책
이정은
"오늘 날씨는 어떨까?"
어제와 마찬가지로 더운 날이 될 테지만, 알면서도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날씨부터 확인하고는 한다. 장마보다는 우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하게 비가 쏟아지던 날이 지나가고 나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더위가 한창이다. 아,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까.
우리 부부는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비록 귀엽고 화려한 옷을 계절별로 마련한다거나, 녀석들을 위한 특별한 먹거리를 준비한다거나,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서 놀 수 있는 반려견 동반 카페에 찾아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기본으로 지키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매일 하는 산책이다. 이렇게 하루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두 녀석 중 한 아이는 100% 실외 배변만 한다. 처음 만나게 된 두 살 때부터 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 집에서 대소변을 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다. 한 번은 장염에 걸렸을 때고 나머지는 실외 배변만 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을 때인데, 그마저도 녀석의 입장에선 참다 참다 어쩔 수 없이 '실례'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실외 배변만 하는 녀석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을 나간다는 것을 아는 이웃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재미있는 건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는 거다. 전자의 경우엔 '아이고, 힘들겠어요'이며, 후자는 '어머, 똑똑해라'로 대표될 수 있다.
해 본 사람은 안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산책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거기에 배변이 필수 조건으로 따라붙게 된다면 굉장한 노력과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더구나 배변이라는 건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노즈 워크로 에너지를 소모시켜주는 등의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폭염이 기승이더라도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이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사정이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사람처럼 우산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강아지용 우비를 입히고 밖으로 나가야한다. 물론 우비를 입었다 하더라도 젖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평소처럼 긴 산책이 아니어도 집으로 돌아와서는 우비를 말리고, 젖은 털을 말려야 한다. 그걸 하루 세 번씩 며칠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강아지에게 '아홉 살이면 집에서 알아서 일도 좀 봐야 하는 거 아니니?'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이 나오는 순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