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김지현, 지진희,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배우가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 D.P. >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이정민
군무이탈죄, 쉬운 말로 탈영. '군형법'은 군인이 부대에서 이탈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형에 처한다. 한국은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나라다.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탈영한단 말인가? 장차 어떻게 하려고? 보나 마나 답이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게 죄인 걸, 언젠가 잡힐 걸, 나가봐야 도리가 없단 걸 알면서도 탈영을 감행하는 이들이 있다. 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부대에 있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탈영병들은 저마다의 답 없는 질문을 안고 필사적으로 도망간다. 군대에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고, 그대로 두면 문제가 자기를 잡아먹을 것 같아서. 그러나 도망도 해결책이 될 순 없다. 고장 난 테이프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놓는 일. 그게 탈영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D.P.병' 이야기다(D.P.는 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군무이탈체포조를 뜻하나 지금은 D.P.가 없다. 2022년부터 탈영병 체포는 간부가 전담한다). 같은 병사이지만 탈영병을 쫓아가 체포해 오는 게 이들의 임무다.
문제가 있어서 도망간 사람을 데려오려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 방법을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병사에 불과한 D.P.는 그런 걸 할 수가 없다. 해결은 물론이고 해결 방법도 이들의 권한 밖이다. 그러니 뭐 때문에 도망갔는지 살필 이유도 없다. 그냥 강제로 잡아다 부대에 데려다 놓으면 그만이다. 다시 도망가진 않을지, 더 절망하진 않을지. 그런 염려는 이들의 일이 아니다. 일시 정지된 고장 난 테이프를 억지로 재생시키는 D.P.의 하루는 우리 군의 현실을 빼닮았다.
우리 군엔 고질병이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이 꽝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감추고, 왜곡하고, 때론 조작도 한다. 철책 뒤에 숨어서 폐쇄 조직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다. 드러난 문제도 겉핥기로 변죽만 울리다 세상의 관심이 줄어들 때쯤 마찬가지로 관심을 끈다. 최대한 책임지지 않고 대충 넘겨보려는 습성을 좀처럼 고치지 않는다. 그러니 비슷한 일이 자꾸 반복된다. 고장 난 테이프를 무작정 끝까지 재생하다 끊어 먹는 식이다. 끊어질 걸 알지만 일단 돌아가니 돌리고 본다.
그러니 너도나도 자꾸 도망간다. 누구는 탈영하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빚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D.P.>는 그들이 남기고 간 답 없는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한 드라마다. 아이러니하게도 '뭐라도 해야 바뀐다'며 답을 찾아 나서는 이들은 질문에 답할 이유도, 힘도 없는 D.P.다.
2021년에 공개된 <D.P.> 시즌1은 수많은 시청자의 씁쓸한 공감과 함께 흥행했다. 한국의 군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자조와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란 질문을 다 안고 산다. 대부분 두 문장 사이를 쳇바퀴처럼 돌다 그대로 덮어두고 2년 남짓의 군 생활을 마무리한다. <D.P.>가 흥행할 수 있었던 건 지나간 시간에 덮어둔 자조와 질문을 정확히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6화짜리 드라마로 다 끄집어낼 순 없었다. 풀지 못한 숙제가 남긴 묵직한 여운은 시즌2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은폐와 입막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