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원희룡 장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 투기 의혹에 국민이 분노하였고, 2022년 대선 때부터 소위 '대장동 게이트'가 나라를 뒤흔들었는데, 올해 또다시 이런 어이없는 일이 터졌다.
더구나 이번에는 의혹이 제기되자 '뜬금없이 백지화 → 슬그머니 재추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코미디처럼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부동산 투기는 한국의 팬데믹
이들 비리와 의혹의 공통 원인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흔히 '개발 이익'이라고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개발이 없더라도 용도 변경 또는 사회·경제적 변화만으로도 이익이 발생하므로 개발 이익은 폭이 좁은 용어다. 또 부동산 중에서도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 소득을 '토지 불로소득'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확하다. 토지 불로소득이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누가 무슨 부동산을 얼마나 소유하든 또 고속도로 노선이 어떻게 되든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질 리가 없다.
우리 국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땀이 아니라 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풍토에서 살아왔기에, 나도 그렇게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꿈에 젖어 산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기는 온 국민이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는 팬데믹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팬데믹'의 해법에 대해서는 필자의 관련 칼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관련기사 : 한국 휩쓴 '부동산 투기 팬데믹' 막을 백신 있다(http://omn.kr/1sq5j)
토지 불로소득은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대 추구'(rent-seeking)를 일으켜 시장의 효율성도 저해한다. 또 토지 불로소득을 없애는 수단인 토지보유세는 조세 중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이다. 이런 내용은 교과서에 다 나오는데도 왜 제도를 고치지 않는 걸까? 공직자의 인사청문회나 재산공개 때마다 드러나듯 정책결정자와 부동산 부자가 결합한 '카르텔' 때문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부동산 이권 카르텔이 문제
경제 용어인 '카르텔'은 같은 업종의 기업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가격·생산량·판로 등에 대하여 서로 협력하는 독점 형태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에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 '행위'에는 명시적 합의만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된다.
요즘에는 '카르텔'의 용법이 확대되어, 업종이 다르더라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당사자들의 부당한 공동행위, 담합, 유착 등의 관계를 모두 지칭한다. 이런 카르텔의 사례로 한덕수 총리를 들 수 있다. 한 총리는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 자격으로 20억 원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 법조계와 로비스트가 맺고 있는 묵시적 카르텔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안다. 안타깝지만, 어느 사회든 지배계층의 명시적·묵시적 카르텔이 흔히 존재한다.
묵시적 카르텔 중에서 '부동산 이권 카르텔'의 폐해는 너무나 크다. 고위 공직자, 부동산 부자, 거대 언론, 대형 건설업자로 구성되는 이 카르텔은 부동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재수 없이(?) 걸린 개인과 정권을 내로남불 격으로 비난하기는 하지만, 제도 자체를 개혁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기만 하면 온갖 이유를 동원하면서 거부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에 이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우리는 잘 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