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현 작가
이혁진
주 작가에 따르면, 그가 한국에 넘어왔던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탈북인에 대한 인식과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국정원의 탈북인을 대하는 고압적인 자세도 사라지고 탈북인을 지원하는 관련 정부시스템도 어느 정도 완비됐다고.
남한사회에 잘 안착해 다른 탈북인의 롤모델이 되고, 한국에서 태어난 MZ세대 못지않게 훌륭한 탈북인 인재들도 많아졌다. 작가는 이러한 사례들이 탈북인들에게 고무적이며 궁극적으로 북한인권 신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또한 책에서 말하는 '조난자'들을 줄이는 토양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다만, 주 작가는 남북의 분단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형적인 상태라며 이것이 지속되는 한 '희생양'을 만드는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수근 위장간첩사건'을 그 일례로 들었다.
이수근 사건은 1967년 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었던 이수근씨가 위장 귀순한 간첩 혐의를 받고 1969년 7월 사형당한 사건이다. 이후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과거 중앙정보부가 이씨를 위장간첩으로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법원은 2018년 10월 이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주 작가는 한국에 와서 탈북인 교수로서 탈북인들의 힘든 삶과 사선을 살피는 것도 자신의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출신자로서의 새로운 통일담론 제기도 역할 중 하나라고 그는 설명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이 거의 멈춘 가운데, 민족 간 통일이 그 대안과 옵션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일교육이다.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이 그간 기성세대와 국가위주 교육으로 진행돼 통일인식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담론에서 빠지지 않는 동일민족과 이산가족문제도 이제는 그 효용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 요즘 MZ세대의 무관심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교수인 주 작가는 과거 캐캐묵은 통일담론을 수정하고 MZ세대에 맞춘 통일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거대한 통일담론보다, 남북한 실리위주의 비교우위내용으로 대학 커리큘럼을 짜 가르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도 처음엔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요컨대, 북한이 싫어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통일을 주도하는 환경을 서서히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김여정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한 이유
북토크 뒤 여러 질문이 나왔다. 단순하지만 질문에 내재된 의미는 상당했다. 과거와 달리 탈북민 지원체계가 대폭 개선되고, 현재의 남북상황을 고려하면 민간협력과 지원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조난된 삶보다는 탈북민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이민자의 삶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탈북인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탈북자의 다양한 삶과 배경을 고려해 탈북에만 복속시키지 말고 널리 포용하는 사회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날 질문들 중에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한민국 호칭' 언급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작가의 답은 뭐였을까. 그는 김 부부장이 공식적인 용어인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 표현한 것은 영구 분단의 의도라기 보다는, 그가 해온 거친 막말들 중의 하나일 뿐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인권 문제도 제기됐다. 주 작가는 보수와 진보 모두 인권은 평등하고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보진영이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라 주장했다. 주 작가는 분단 독일이 통일하는 과정에서, 서독 정권이 바뀌었어도 동독체제 주민들의 인권만큼은 가장 소중한 가치로 견지하고 담론을 유지했던 부분에 대한민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토크 말미, 작가가 '자유'를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라 답했다. 이는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마실 수 있고 음미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뜻이지만, 북한에서의 커피는 그런 자유마저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읽혔다.
주 작가는 현재 교수라는 자신의 직업이야말로 북한 사회에서의 '교수'와는 전혀 다른 삶이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자신은 죄책감이 들 정도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신만고 끝에 대한민국을 찾은 탈북민들이 남한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회에 정착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가 미래와 통일을 견지하는 데 있어 '비주류'인 탈북민의 관점과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조난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큰 탈북민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조난자들'을 줄이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분단 극복을 앞당기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난자들 -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주승현 지음,
생각의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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