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가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놓고 언론은 학생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선생님을 약자 만든 학생인권조례…교권침해 연 3035건>(7월 22일 김연주 기자)은 "교권이 바닥까지 추락한 핵심 계기로 교육계는 2010년 도입된 '학생 인권 조례'를 꼽는다"며 "진보·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한 정책"이라고 전했습니다.
"학생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인권 조례 도입 후 학교 현장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학생 인권만 강조하고, 학부모는 극성인데 교사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매일경제 <사설/교권 붕괴 가져온 학생인권조례와 금쪽이>(7월 24일) 역시 "교권이 추락한 결정적 계기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로 지목하며 "학생인권조례는 도입 당시부터 정치적 의도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미래 유권자들인 학생들 인권을 우선시하면서 교사를 잠재적 인권침해 범죄자로 몰아세웠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결과가 지금 드러난 교권 추락이고, 교실 붕괴"라며 "조직화되지 않은 교사들이 대거 참석한 의미에 대해 조례를 주도한 세력이 곱씹어 보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인권과 교권은 제로섬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경향신문은 <사설/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붕괴는 별개다>(7월 24일)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은 맞서는 개념이 아니며 "학생들의 권리를 억누르고 과거처럼 엄격한 훈육 수단을 도입해야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호도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공존 가능한데도 '제로섬'인 양 간주하는 것은 교사·학생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교권 추락의 책임을 학생인권조례나 진보교육감 탓으로 돌리는 언행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백년대계를 정쟁화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교육계에서도 교권과 학생인권을 상반된 개념으로 놓은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한겨레 <교사에게 민원·책임 떠넘긴 교육당국, 이제 와서 학생인권 탓만>(7월 21일 박고은·손현수·강재구 기자)은 학생인권과 교권이란 두 개념은 상충되는 게 아니고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사되는 권리로 상호보완적 관계"이며 "학교나 교사가 적절한 방어권을 가질 수 있게 해 교육적 관점에서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성명을 전했습니다.
"학교 현장은 교육당국의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모든 민원과 책임을 교사 개인이 떠맡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고, 과도한 문제행동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고 짚은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 통계상으로 맞지 않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오마이뉴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침해?… 통계는 '관계 없음'>(7월 22일 윤근혁 기자)은 2016년과 2019년 사이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던 경기·광주·서울·전북의 교권침해 현황을 살펴보니, 경기는 늘어났지만 나머지 세 개 지역은 교권침해가 줄어들었다고 짚었습니다.
"같은 기간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지 않던 대구(129→156), 인천(66→148), 울산(78→79) 등 3개 시는 오히려 교권침해가 늘어났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권침해 사건이 늘어났다'는 주장이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은 '자살보도 윤리강령' 되새겨야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앞에 언론은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정부의 책임 있는 조사를 촉구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심도 있게 취재해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 확인도 없이 온라인상 글을 그대로 퍼나르며 루머의 생산자가 됐고, 고인과 유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를 문제라 지목하며 교권과 인권을 대립해 보도하고, '진보·좌파'를 언급하며 정치적인 견해를 앞세우는 잘못된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진단을 내리며 갈등을 부각하고, 무분별한 보도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 바람직한 언론 보도가 아닙니다. '자살보도 윤리강령'과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데 특별한 신중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를 재차 촉구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7월 20~21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학생인권조례'로 검색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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