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지난 폭우로 침수됐던 집기들을 청소하고 있다.
이재환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내린 폭우로 충남 청양군 청남면 지천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양리를 비롯한 주변 마을들이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당시 청양 지역의 누적 강우량은 453.4mm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폭우 피해가 컸던 충남 논산·공주·부여·청양의 4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0일 오후 인양리 일대를 돌며 가옥이 침수된 주민들을 직접 만나 봤다. 집안에 쌓였던 흙은 어느 정도 치워진 상태였다. 주민들은 물에 젖은 가전제품을 씻어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침수 피해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집을 지은 지 1년도 안 돼 물이 잠겼는가 하면, 집 지을 때 받은 대출금도 못 갚지 못한 상황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물이 빠지기 시작한 지난 17일부터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숙식은 인근 청남초등학교에 마련된 '주민 대피소'를 오가며 해결하고 있다.
A(66)씨는 "새집을 짓고 1년 만에 집이 침수 됐다. 그전에는 마을 안쪽에 살았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새집을 짓고 이사 와서 기뻤는데 이렇게 됐다. 제방만 터지지 않았어도 집이 물에 잠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여에서 청양으로 시집온 지 4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낮에는 집에 돌아와서 청소하고 밤에는 청남초에 간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형제들이 와서 집을 치워주어서 그나마 이 정도라도 깨끗해졌다. 하지만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비 또 와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