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수원대책회의 출범식19일 수원시청 정문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수원대책회의 출범식에서 수원지역 유가족 故 김의현 어머니 김호경씨가 마이크를 잡아 발언을 하고 있다.
정은아
이태원참사 수원대책회의가 19일 수원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안기희 이태원참사 수원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된 이날 출범식에는 수원지역 유가족 고 김의현 어머니 김호경(58·수원 우만동)씨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이 참석했다.
고 김의현씨는 사고 당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가 있던 골목 끝에 있었던 김의현씨는 "나가자"라는 친구의 말에도 "여자친구가 숨을 안 쉰다"는 바로 옆 남자의 울부짖는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줘야해"라며 현장 속으로 들어가 남자를 구명하고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김호경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호주에서 호텔 부주방장으로 일하던 김의현씨 누나 혜인씨는 동생의 사망 소식에 6년간의 호주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유가족'으로 이태원 참사와 대책을 촉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가 진상규명 없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김호경씨와 딸 혜인씨는 요즘도 서울시 분향소와 국회의사당 등을 찾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김호경씨는 "해가 바뀌고 세 번째 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눈물로 호소하고 목이 터져라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등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공직자는 없고 일선 책임자들만 대상으로 진행된 경찰 특수본의 꼬리자르기, 셀프 수사, 허술한 자료 제출과 허위 답변으로 반쪽 자리에 그친 국정 조사는 유가족들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지금도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결과 159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이 무시되고 은폐되는 것을 알리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유가족들이 함께 나설 것입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국민청원으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이 추진됐고 국회의원 183명의 이름으로 공동발의됐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지난 4월 20일 국회의원 183명이 공동발의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에는 ▲참사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 및 책임소재 구분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및 추모 사업 ▲피해자들의 회복 위한 간병비 및 심리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안기희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젊은이들을 하늘로 보냈지만 200일이 지나도록 대통령의 공식사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없다"라며 "지금도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도 외면하고 이 법이 정쟁 법안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국민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정치를 중단하고 특별법 제정에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