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시내 한 구청 출생신고 등 가족관계 등록 업무를 보는 창구.
연합뉴스
실제 입양을 보내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이유로든 평범하지 못한 환경에 처한 위기 임산부이기 때문에 출생 신고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 출생 신고제는 불법 입양을 포함한 낙태나 아동 유기의 증가로 이어질 거라 예상됐다. 극단적인 경우 영아 살해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여성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당시 입법을 주도했던 세력은 법 시행 전 재개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출생 신고를 피하기 위해 아동 유기나 영아 살해가 일어날 거라는 주장을 일방적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입양인의 알 권리 충족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히려 출생 신고제가 없어 여성들이 쉽게 양육을 포기하고 아동 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아동 유기와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여성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되었다. 2011년 한 해 35명 발생했던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이 8월 이후 법 시행 연도에만 79명으로 늘어나더니 다음 해인 2013년 252명, 2014년 253명에 이어 2018년까지 200명대를 기록했다. 법 시행 이후 아이와 함께 놓인 편지나 쪽지에는 대부분 출생 신고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에 대한 마땅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아동 보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시 보호 → 심사 → 보호조치 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기 아동이 발생하는 즉시 신속하게 민간 시설로 보내버렸다. 아동에 대한 공적 부담을 덜어버리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었다. 부모로부터 유기된 아동을 국가는 다시 민간에 유기했다.
강제 출생 신고제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측에서는 갑자기 폭증한 통계가 유기 아동이 늘어난 증거라고 했다. 입법을 주도했던 측에서는 법 시행 이후 전체 유기 아동 수는 큰 변동이 없다며 출생 신고를 피하려고 임산부들이 소문난(?) 베이비박스로 몰리는 풍선 효과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제 출생 신고제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측은 2012년 법 시행 연도에 48만 4천여 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2018년 32만 명대로 16만여 명이나 줄어든 현실을 감안할 때 유기 아동 수의 연도별 총계가 아닌 출생아 대비 유기 아동 수의 비율이 실질적인 유기 아동 변동의 의미있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2년에서 2018년까지 출생아 만 명 당 유기 아동 비율은 4.8명에서 9.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이 통계는 사실상 출생신고제가 아동 유기 증가의 비중있는 원인이었음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는 더 많은 우려가 감지되고 있었다. 불법 입양 브로커가 출생 신고가 어려운 임산부에게 접근하여 아이가 필요하지만 자격 요건이 안 되는 가정에 아이를 팔아 넘긴 사건이 하나 둘 적발됐다. 매우 은밀하게 활동하는 그들의 습성상 적발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더 많다는 건 누구나 쉽게 예상했다.
한편 법 시행 이후 입양 대상 아동 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입법 주도 세력은 출생 신고제로 인한 양육 증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그렇다면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입양 현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질 수 없다며 불길한 징조를 우려했다.
베이비박스 통계는 그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가정 상황 분포'를 보면 외도·강간·근친·불법체류·난민 등 출생 신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비율이 18.6%를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