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 민경임 수석부지부장인터뷰 중인 민경임 수석부지부장
김선재
노동조합의 요구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방학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없는 비근무자들의 근로일수를 늘려주는 것. 둘째, 반대로 방학 중에 업무가 과중되는 상시 근무자들의 업무강도를 줄여주는 것. 셋째, 학교 급식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배치기준을 개선하는 것.
"방학 중 비근무자들을 소위 '방비'라고 이야기를 해요. 이 방비는 교육공무직들에게만 있는 개념인데요. 교육청에서 이 직종을 만들 때 '방학 때 너희들 할 일 없으니까 나오지 마라'고 하는 거예요. 학교의 방학이 1년에 60일에서 70일 정도 돼요. 그 사이에 급여를 안 주는 거죠. 그런데 생활비라는 것은 고정 지출이 있잖아요. 또 4대 보험도 계속 나가야 하는데, 급여가 없으니까 자기 돈에서 대납하기도 합니다.
교육청에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게 이중 취업이 가능해지도록 해준 거예요. 우리가 방학 중에 생활이 안 되는 걸 교육청도 아는 거죠. 그런데 방학 기간이 완전히 7월이나 8월에 딱 맞게 걸치지 않아요. 7월 10일경이나 20일경부터 8월 중순까지 쉬는 식이죠. 그러면 그 어느 직장에서도 그렇게 사람을 구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결국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생계 대책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민경임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 수석부지부장)
2023년 4월 25일 교육부 및 전국시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체결한 '2022년 단체임금협약서'에 따르면, 급식 조리사 등이 포함되는 2유형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월 191만8000원이다. 가뜩이나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방학 때 전혀 급여가 나오지 않으니, 보릿고개가 따로 없다는 하소연이다. 한편 학교에서는 방학 때 할 일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할 일이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그저 밥 짓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육청은 '너네가 방학 때 와서 할 일이 뭐가 있냐?'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요. 할 일이 많아요. 급식실 이야기를 하면요. 우선 대청소가 있어요. 저희가 방학이 끝나고 다시 급식소로 가보면, 온통 곰팡이가 펴 있어요. 저희가 그걸 전부 다 소독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구석구석 곰팡이를 3일에서 4일 정도 만에 합니다. 식기류까지 다 닦고 소독해요. 그런데 정말 고되고 힘든 작업이거든요. 근무 일수를 늘린다면 우선 대청소 청소 일수를 늘릴 수 있죠.
또 급식소에서 사용하는 기구가 많아요. 그런데 신규 조리원이 들어오면 기구 사용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드릴 수 없어요. 왜냐하면 평상시에는 빠르게 음식을 해야 해서, 어떻게 쓰는지 알려드릴 시간 자체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급식을 하면서 평상시에 하지 못한 영양사 선생님과 대화와 상의도 가능하겠죠. 평상시에 못 했던 일들을 근무 일수를 늘려서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거겠죠." (민경임 부지부장)
이와는 반대로 방학이 되면 격무에 시달리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다. 방학 때 출근하지 않는 교직원들의 몫을 도맡아 하는 직종, '상시 근무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1년 내내 공백 없이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일은 두 배가 된다. 학기 중에는 오후에만 돌봄을 책임지지만, 방학이 되면 오전 오후 모두를 책임진다. 이들은 방학 중에 단 며칠이라도 쉴 수 있는 '자율연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시직은 유치원 전담사라든지 돌봄 선생님들 그리고 행정이라든지 교무 교육복지사 이런 분들이 포함됩니다. 이분들은 365일 근무자라고 이야기해요. 이분들이 방학 때 교직원들의 공백을 다 메우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자율연수가 있잖아요. 학교를 오지 않습니다. 공무원들도 자율연수가 있어요. 그러면 학교에 사람들이 다 빠집니다.
그 사이에 상시직들에게는 업무 폭탄이 떨어지는 거죠. 상시직들은 누구 하나도 쉬지 못해요. 유치원에서 독박 육아하지요. 돌봄도 독박으로 하고 있어요. 거기에 행정업무까지 혼자서 다 보고 있는 지경이예요. 애들은 밥도 먹여야 하죠. 급식과 간식 모든 것을 오롯이 떠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노동자들에게는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정규직에게만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교육공무직인 우리들에게도 쉼이 있어야 다음 일을 할 수 있죠.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우리들에게도 쉼의 개념으로 자율 연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돌봄 선생님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의 놀이를 위해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고 있어요. 휴식과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민경임 부지부장)
"건설현장도 휴식시간 있는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지막 주장은 '죽음의 급식실'에서 조리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왜 급식실이 '죽음의 공간'이 됐는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저희 학교는 교직원 포함해서 1830명이 넘는 인원의 급식을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10명이 일했고 올해는 2명이 더 충원돼 12명이 일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1인당 식수가 150명이 넘거든요. 정해진 출근은 (오전)7시 30분인데, 튀김이나 전 요리가 포함된 날에는 출근 시간 되기도 전인 7시에 모든 조리원이 다 출근을 해요.
튀김하기 위한 기름을 부어서 온도를 올려놓고, 전 요리를 하기 위해서 전판에 불을 올리고, 김치 같은 밑재료는 전날 미리 썰어놓고, 이런 식으로 해서 조리를 시작해도 어느 날은 배식 시간을 못 맞출 때도 있어요. 양이 워낙 많다 보니까요.
원래는 저희가 밥을 먼저 먹고 아이들 배식을 하거든요. (오전)10시 50분에 1, 2학년들이 먼저 밥을 먹으러 오는데, 그때까지 일이 안 끝나면요. 학생 수가 많아서 배식 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거든요. 그런 날은 애들 배식 다 끝난 다음에, (오후)1시 30분 정도에 저희가 밥을 먹게 되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밥 먹을 힘도 없어요." (한밭초 이혜숙 조리원)
"저는 신학기 들어와서 산재를 당했어요. 트랩이라고 물 내려가는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이 위험해서 학교에 요구를 했는데 '여태까지 뭐 별 사고 없었는데, 굳이 필요하냐'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고 넘기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제가 거기에 빠져서 산재를 당했죠.
아까도 이야기 나왔지만, 급식실에 기구가 솔직하게 다 정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요. 솥단지가 웬만한 여자분들은 진짜 한 여섯 일곱 명은 들어갈 정도의 큰 솥이거든요. 솥에 잠금장치 같은 게 있어요. 그런 잠금장치를 잘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에 바쁘면 이게 잘못 잠기는 수도 있어요. 떡볶이를 다 만들고 솥을 딱 풀려고 하는 순간 음식이 다 사람 앞으로 쏟아지는 사례가 있었어요. 기구가 오래된 바람에, 안에서 뭔가 풀어졌고 그래서 그 뜨거운 음식을 온몸으로 받아 화상을 입기도 했대요.
정말 손, 다리, 팔 어디 안 아픈 곳이 없고, 정말 집에 가면 저도 지금 거의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거든요. 이렇게 표현하면 좀 과하다고 남들은 얘기할지 모르지만, 저는 급식실이 진짜 총칼 없는 전쟁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건설현장에서도 1시간 일하면 20~30분은 쉬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무조건 아이들 음식을 줘야 하니까요. 쉴 수 없어요.
정말 아이들 그 시간에 맞춰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근데 저도 어찌 됐건 누군가의 엄마거든요. 내 새끼 먹인다는 그런 생각으로, 그 순간은 어떤 힘이 어떻게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요." (삼천초 A 조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