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소속 단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계약서 상의 결제 방업과 관계없이 100%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있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당시 E 피자 본사가 물류비의 카드결제가 가능함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건 카드결제 수수료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대금 결제 수단으로 현금만 강요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지난 5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소속된 16개 브랜드 가맹점(치킨, 커피, 외식업, 편의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현금만 가능한 가맹본부는 6곳, 결제방식을 표시하지 않은 곳은 7곳 등으로 사실상 대다수가 현금 결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시 무엇보다 서둘러 카드 가맹을 독려했던 본사, 그리고 생계에 시달리는 점주조차 감수하는 카드 수수료가 아깝다며 의도적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숨기려 했던 본사가 신용카드 결제 확산을 방관할 리 없었다. E 피자 본사는 어느 날 점주들과 사전 어떤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카드결제를 중단했다.
말 그대로 날벼락이었다. 일방적인 카드결제 중단 그 자체가 불공정이지만 계도 기간도 없이 바로 시행한 카드결제 중단에 점주들은 엄청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월평균 500만 원을 본사에 결제하는 점주라면 지난달 신용카드 결제비에 이번 달 본사 결제비까지 합쳐 1000만 원을 현금으로 갚아야 했다.
옛 속담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 문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한계가 분명한 가맹점주라고 해도 이런 전횡까지 참을 점주는 없었다. 점주들은 당장 단체 톡방을 만들고 급기야 점주 단체를 결성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태는 6년 후 'E 피자, 14억 과징금 제재'라는 초유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물리학에는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뉴욕에 비가 내린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걸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당시 카드 수수료를 아끼고자 행했던 E 피자 본사의 경솔한 카드결제 중단의 파열음은 일파만파 확대돼 급기야 본사가 점주 단체 임원들을 보복 폐점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 사건은 가맹점을 상대로 보복 폐점과 전단지 강매 등 불공정 행위를 한 본사가 '최초 적발, 엄중 제재'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결제 수단의 선택은 점주의 당연한 권리
가맹점주를 포함한 자영업자들 상당수는 영업 중 비수기 또는 예상치 못한 이유에 의한 매출 하락으로 수차례 자금 압박 위기에 직면한다. 이때 가맹점주들은 본사 원부자재비와 기타 수수료를 제때 내지 못하게 된다. 본사는 당연히 '가맹 해지'를 거론하는 내용증명으로 압박한다.
이런 압박에 점주는 일명 '마이너스 대출'이라는 은행의 고금리 신용 대출로 버티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한 '일수'로 지칭되는 사채까지 손댄다. 더욱이 이는 이번 코로나 19의 재난을 거치며 더 확대되고 악화했다.
물론 본사가 신용카드로 비용 결제를 허용한다고 해서 가맹점의 경영 위기가 근본적으로 개선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현듯 닥치는 잠깐의 위기를 극복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분명하다. 따라서 본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맹점은 동반자이자 가족'이라 여긴다면 카드결제 허용은 동반자에 대한 배려이자 그들의 당연한 권리 보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태도 이와는 상반된다.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인식은 오로지 수익 창출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신용카드 결제 거부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2021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재난 기간 중 프랜차이즈 기업 실적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추론된다.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10.6% 증가했으며 가맹점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4.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1년 기준 BHC 영업이익 32%, 메가커피 영업이익 48% 등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경이로운 영업이익은 한동안 언론을 장식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조사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1033조로,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라고 한다.
따라서 가맹사업을 감시하고 규율하는 공정위 그리고 민생을 보살피는 것이 의무인 국회의원들은 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가맹점주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이 작은 공평성조차 잡지 못한다면 '공정과 상식'이라는 명제가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계에 자리 잡을 날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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