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어느 마을에서 바라본 초록빛 풍경
배은설
그러니 만약 이곳으로 올 일이 있다면 잔뜩 쌓인 일거리나 머리 아픈 고민 같은 건 잠시 내려두고 오시길.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지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머리 아픈 상황은 조금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런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 조금 바뀌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몸도 마음도 살찌우는 한 끼
해서, 장흥에 갔을 때 뭐부터 보러 가면 좋으냐고 혹 물으신다면, 정남진 전망대, 소등섬, 천관산 등등 갈 곳은 많다. 하지만 일단은 잠시 내려두시길 조심스레 권해본다.
뭔가를 보러 가는 것보다 먹는 걸 먼저 하는 건 어떨까 싶다.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 대신 몸도 마음도 살찌우는, 한 끼 한 끼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도이지 않은가.
장흥은 작은 지역이지만 갖가지 먹거리로 풍성하다. 바다, 강, 산, 들 등 모든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해산물, 농산물, 축산물 등이 풍부한 이곳에서 탄생한 음식은 '삼합'이다. 삼합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홍어란 공식이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장흥에서는 '장흥 삼합'을 먹을 수 있다. 한우와 푸른 숲에서 키운 표고버섯, 바다에서 난 키조개란 생각지도 못한 이 세 가지 조합은, 보통 불판 위에 조금씩 올려 바로바로 구워 먹는데 단연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신선한 재료 조달이 가능한 산지인 덕분에 그 맛이 더욱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