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달성공원 앞 도로에 세워진 순종 황제 동상. 친일 논란과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면서 애물단지가 된 동상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
지난 2017년 대구 달성공원 앞에 건립돼 역사왜곡 논란을 빚으며 방치되다시피 한 '순종 황제 동상'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중구청은 '대구시의 달성토성 복원사업에 맞춰 순종어가길 정비에 나서겠다'며 순종 동상도 철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달성토성 복원사업에 맞춰 철거하게 되면 오는 2027년쯤 철거가 예상된다. 하지만 더 빨리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이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순종 동상은 윤순영 전 중구청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3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국시비 70억 원을 들여 수창동~인교동 2.1km 구간에 '순종어가길'을 조성하면서 세워졌다.
1909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남순행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순종어가길을 만들고 달성공원 앞 4차선 도로 중 2개 차선에 대례복을 입고 있는 높이 5.5m의 금빛 순종 황제 동상을 세운 것이다.
순종은 1909년 1월 7일 오후 3시 25분 8시간가량 궁중열차를 타고 대구역에 도착했다. 순종의 지역 방문은 지방의 사정을 감찰하고 백성의 고통을 살피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의도에 따라 일제에 저항하는 백성들을 순응시키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는 견해가 더 강하다.
당시 순종의 남순행길에 조선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동행했다. 순종은 일본 제복을 입고 대구역에서 달성토성까지 행차한 후 달성공원에 마련된 일본 신사를 참배하고 일본군 헌병대장, 경찰서장 등을 만나 격려했다.
순종 동상을 세우고 순종어가길을 조성한 중구청은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을 위해 조성했다며 "치욕적인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기에 항일정신을 다크투어리즘으로 승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종어가길이 조성되고 순종 동상이 세워지자 시민단체들은 역사 왜곡, 친일 미화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7년 8월 29일 경술국치 107주년을 맞아 시민단체들은 순종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크투어리즘이라는 궁색한 명분으로 반역사적 행위를 변명하고 있다"며 "가장 수치스러운 순종의 동상을 세운 중구청은 이런 기세라면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동상도 서슴지 않을 기세"라고 비판했다.
2027년 전에 철거될 듯... 류 청장 "더 빨리 철거 원하는 사람들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