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명색이 국가의 보훈을 책임진 장관이, 웬만한 고등학생들도 다 아는 이런 초보적인 역사적 상식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친북' 운운하며 공산주의 독립유공자를 배제하려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대놓고 "항일운동을 했다고 무조건 OK가 아니"라며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백 보 양보해서 그의 말은 일제강점기 공산주의 독립운동은 문제 삼지 않겠지만, 해방 후 좌익 계열에 섰다면 독립운동 이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다. 공산주의자로서 독립유공자로 대우받으려면 해방 후 좌익에서 우익으로 '변절'해야 한다는 뜻일까. 미소 냉전과 극심한 좌우 대립 속에 그들에게 해방은 또 다른 시련일 뿐이었다.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친일파들은 단죄되기는커녕 중용됐고, 당시 귀국한 노회한 정치인 이승만조차 그들을 감쌌다. 그 와중에 38도선 이남의 공산주의자들은 순식간에 적으로 규정돼 척결 대상으로 낙인찍혔다. '반공'이 맹위를 떨치면서 해방 후 생존을 모색하던 친일파들은 애국자로 돌변했고, 6.25 전쟁은 민족을 배반한 그들의 죄과를 깨끗이 씻는 기회가 돼줬다.
김백일과 이응준, 백선엽, 김창룡 등 지금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숱한 친일파들이 이렇듯 참담한 역사를 증언한다. 반면 불세출의 독립운동가인 의열단 방백 김원봉, '말모이'의 주인공인 국어학자 김두봉, 언론인이자 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 등은 북한 정권 수립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았다.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을 등지고 월북한 이유에 대해선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친북' 성향의 가짜 독립운동가 색출에 혈안이 된 지금, 해방 직전에 세상을 떠난 이육사와 홍범도 등이 차라리 복을 받았다고 해야 할 성싶다. 두 분은 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독립운동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해방 후에 살아 있었다면, 미군정의 실정과 이승만 정권의 반민족적 작태에 맞서 싸웠을 게 틀림없다.
이육사는 시인이기에 앞서 의열단원으로 활약한 독립운동가였고, 홍범도는 러시아 혁명가 레닌으로부터 권총까지 선물 받은 공산주의자다. 적어도 그들은 민족과 계급의 평등을 꿈꾼 공산주의 체제가 해방된 조국에 부합한다고 믿었다. 해방 후 여론이 공산주의에 훨씬 우호적이었으며, 그로 인해 미국이 신탁통치안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 또한 이미 상식에 속한다.
'킬러문항'보다 중요한 질문... 윤 대통령은 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