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은 은행보다 저축은행 등 고금리의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이 급증하는 것도 구조적 위험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저축은행 간판. 2023.5.1
연합뉴스
④ 저축은행 등 은행보다 고금리의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이 급증하는 것도 구조적 위험 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금리인상 시 영세대출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2015년에는 총 대출의 절반 정도까지 증가하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6월 12일 한국은행 73주년 기념사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한은 금융망을 통한 결제액 비중과 은행·비은행 간 연계성도 커졌다.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 경제 전체의 금융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현행 한국은행법상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이 없지만, 감독기관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금융 안정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창용 총재의 주장이다.
⑤ IMF는 2016년 당시 한국이 가계부채 관리의 지표로 사용하고 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70%,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60%가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점진적으로 DTI 한도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하는 DTI를 채무자의 총부채에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의 기준은 이미 2016년에 도입 권고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미루던 DSR 40% 기준을 2018년 도입하겠다고 하다가 미루다 2021년경에야 도입하였는데, 그 사이 가계부채는 급증하여 주식과 부동산, 코인 등 곳곳에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2021년 고승범 금융위원장 시기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조치 등은 뒤늦게 급한 불을 끄려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2016년 IMF가 지적한 한국 가계부채의 구조적 위험성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개혁되지 못하였고 2023년 현재에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윤석열 정부 막무가내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가계부채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 추진되면서 다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5대 시중은행 가계부채는 2022년 8월부터 계속 줄어들었지만 올해 5월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5월에만 4조 2천억 원 증가하였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4조 3천억 원 늘었는데 '특례 보금자리론'과 같은 정부정책으로 지원하는 주택담보대출이 2조 8천억 원, 일반 개별 주택담보대출이 2조 원으로 증가세를 주도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빚 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특례 보금자리론은 2023년 1월 말 도입되어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까지 연 4%대 금리로 장기 대출을 해준다. 소득 제한이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받지 않아, 불과 5개월 사이에 공급 목표액(39조 6천억 원)의 62.8%에 이르는 대출 승인이 이뤄진 상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는 규제지역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높여주고 대출 한도도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여러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해 다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책에 당연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6월 8일 발간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되어 고평가돼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더 누증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윤석열 정부는 임대인 DSR 규제 완화 등 빚 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경기부양을 위해 계속할 전망이다.
부채 축소로 정책 목표 바꿔야
금융당국의 수장인 한국은행 총재도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부문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며 "부채축소(Deleveraging)"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00%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의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변화'를 보면 2007~2008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는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정책을 추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7~2018년 사이 미국 22.3%, 스페인 22.5%, 아일랜드 54.3%, 영국 5.1%, 독일 8.2% 등 가계부채를 축소했다. 그러나 한국은 같은 시기 GDP 대비 가계부채가 25.4% 증가하여 조사대상 43개국 중 가계부채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가 되었다.
더 나아가 2018년 97.7%였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를 거치며 2022년에는 105%까지 치솟아 가계부채 1위 국가가 되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2023년 5월 발간한 세계 부채 보고서(Global Debt Monitor)를 보면, 2023년 1분기 말 한국의 가계부채 잔액은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로 조사 대상 33개국과 유로 지역 중에서 1위였다. 홍콩(95.1%)과 태국(85.7%), 영국(81.5%) 등과 비교해 훨씬 더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태다.
각종 규제 완화와 시장 자율을 강조하며 이에 따른 양극화나 취약 계층의 위기에 대해서는 국가의 재정 지출보다 부채 동원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해왔던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은 결국 가계부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들이 '디레버리징(Deleveraging)'으로 정책 전환을 시도하였지만, 주거, 자영업, 취약계층 복지 등 많은 문제를 정부 재정이 아니라 부채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국정 기조를 유지한 한국은 심각한 가계부채 위기를 맞고 있다.
더 이상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방치할 수 없다. 이제 한국도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부채 축소'를 금융정책의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부채축소의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기본 방식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실천하였던 것처럼 금융기관의 DSR 기준 준수 등 금융의 기본원리를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다.
[기획 - 위기의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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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https://omn.kr/24oq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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