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삼동면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인 권동현 한의사가 삼동면보건지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남해시대
그렇게 근무지를 옮길 수 있을 때가 다가오자 권 한의사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삼동면보건지소를 택했다. 그 이유는 삼동면에 병·의원이 없기 때문. 그는 "환자를 많이 만나고 싶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고, 당시 제가 희망할 수 있는 지소는 삼동면밖에 없었다"며 "고정 환자만 있다면, 입소문이 나고 미조에 있을 때보다는 많은 환자가 방문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권 한의사가 삼동면보건지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날은 4월 8일, 앞서 1~3월 전임 한의사가 진료·치료를 한 환자(초진·재진 합산)는 63명. 1개월 당 평균 20명이 조금 넘는 군민이 방문한 셈이다.
권 한의사가 자리하고 올해 6월 중순까지 마주한 환자(초진·재진 합산)는 몇 명일까?
4월에는 43명, 5월에는 328명, 6월 15일까지 153명으로 총 524명으로 집계됐다.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보통 다른 보건지소의 경우 1개월에 100명의 환자를 돌보면 많은 축에 속하는데 이 수치 또한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급격히 환자의 숫자가 늘어난 비결에 대해 그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진심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싶었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며 "환자들 대부분이 어르신이다 보니 보다 살갑게 다가가고 말 한마디라도 더 붙이고 관심을 표현하면 마음을 열어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1회, 2회 방문 횟수가 쌓이면서 환자의 특성과 말씀하신 내용들을 기억하고 다음 방문 때 이야기를 이어가면 대화의 공통분모도 생긴다"며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저를 어여삐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오전 8시 30분부터 대기하는 환자들 때문에 오전 9시가 아닌 8시 40분부터 업무를 게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전에 몰리는 환자들의 특성상 오후에 오는 환자들과는 도란도란 깊은 얘기도 나누고, 대화 속에서 알아챈 다른 증상에 대해서도 고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선한 인상 속 친절함이 묻어 있다.
공중보건의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공중보건의사는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신분이기에 환자를 1명을 받든 100명을 받든 고정된 수입 말고는 취할 수 없다. 즉, 환자를 적당히 받고 쉬엄쉬엄 근무해도 되는데 많은 환자를 받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권 한의사는 "아버지 고향이 밀양시 부북면 도방동마을이라는 곳인데, 이 마을 출신의 유일한 의사이시다"라며 "어릴 적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명절이나 여러 일로 고향에 방문했을 때 주민들을 무료로 진료하는 모습이 각인돼 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를 따라 한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
결정적으로 그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교사였던 어머니가 갑상선암에 걸렸고, 평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의료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다행히 어머니는 완치해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권 한의사는 "지금도 모르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하고는 한다"며 "아버지가 현역으로 뛰고 계시고, 저도 그 길을 뒤따르는 입장에서 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를 대하면서 부담감은 없을까?
권 한의사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한다. 모르면 공부하고 계속 연구한다. 만약 공부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해 제가 할 수 없는 환자라면, 솔직하게 더 큰 병원에 가는 것을 권한다"며 "괜한 자존심을 내세워 환자에게 해가 돼서는 안 된다. 제가 하는 일이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기에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환자를 만나고 그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삼동면보건지소에서 만족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그는 복무를 마치는 날까지 삼동면보건지소에서 근무할 계획이라고.
권 한의사는 "삼동면을 비롯해 면 단위 지역에 보건지소가 존재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군민들이 많은 게 안타깝다"며 "약 처방부터 진료·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인데 많은 군민들이 삼동면보건지소를 비롯해 다른 보건지소를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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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10배 증가... 입소문난 보건소, 이 청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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