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할 회원 집에 방문하기 전, 회원에게 지급할 선물을 싣고 체크하는 학습지 교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첫 집에서 4과목 수업을 하고 나왔는데 다음 수업 시간을 맞춰야 해서 차에서 25분 동안 대기를 합니다. 한 회원이 갑자기 외출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수업을 못하게 되었으니 보충 수업을 해야하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밤 11시에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늦은 밤보다 주말에 보충을 하는데 회원 가족이 캠핑을 가기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갑자기 비게 된 한 시간 정도를 때워야 해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를 돌며 오전에 준비했던 홍보물로 홍보를 했습니다. 홍보물만 전하기 민망해서 지난주에 미리 사둔 젤리를 함께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수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요즘 아파트는 정기 출입을 할 때 보증금을 받는 곳이 많아서 보증금만 이10여 만 원을 냈습니다.
밤 10시가 되어서 수업을 마쳤습니다. 10시 반쯤 집에 도착해서 서둘러 간식을 먹으며 저녁을 해결하고 11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합니다. 40여 분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그날 수업했던 회원들의 교재를 채점하고 진도를 입력합니다.
어느새 새벽 2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씻고 자리에 눕습니다. 내일은 늦잠을 잘 수 있겠지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들고 잠시 유튜브를 보려다가 신상품 교육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라는 문자가 생각나서 얼른 내려놓고 잠을 청해봅니다. 그래도 내일은 수수료를 받는 날이라 미소가 지어집니다.
특고 학습지 교사의 공짜노동 실태
방문학습지는 구몬, 대교,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등의 회사가 있고, 이 회사에 소속된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는 회사에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수수료는 대개 회원이 한 달에 내는 교재비의 35%~59%를 교사 개인에게 해당하는 수수료율에 따라 받습니다. 이 수수료율은 근무연차와 상관없이 영업실적으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1년 차 교사의 수수료보다 20년 차 교사의 수수료가 더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50% 고정된 비율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한 달에 보통 100과목에서 120과목의 수업을 하고 평균 200여 만 원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특수고용직인 학습지 교사도 2021년부터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되었지만, 수수료를 평균 보다 적게 받아 돈이 없어 보험료 내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습니다.
학습지 교사들이 받는 급여는 임금이 아니라 수수료라고 부릅니다. 홍보물을 준비하고 홍보를 하는 시간과 홍보물 게시판 부착 비용, 출근해서 상품 교육, 영업 교육을 받는 시간, 회원에게 보내는 방문 문자, 시도 때도 없는 온라인 보충 수업, 주말에 하는 보충수업과 영업 상담시간, 회원에게 지급하는 선물, 수업을 하기 위한 대기 시간과 이동시간, 수업을 하는 지역의 주차 보증금,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 수업을 마친 후 퇴근을 하고도 채점을 하고 진도를 조정하는 시간 등 회원 관리를 위해 할 수밖에 없는 학습지 교사의 노동은 대가를 받지 못합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지불받지 못하는 노동을 공짜노동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