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푸드 레시피 실습과정에 참가한 수강생들
이혁진
여성 수강생들은 강사가 하는 말을 쉽게 알아듣고 금방이라도 레시피대로 음식을 완성할 정도로 이해가 빠르고 능숙했다. 거기에 주눅 든 내가 여기서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교육에 빗대어 그들 실력이 대학생 수준이라면, 나는 초등학생 수준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과정에 참여한 여성들은 최소 20년, 최대 40년 이상 주방을 지킨 베테랑들이었다. 더 이상 배울 레시피가 없어 보이는 이들이 실습에도 적극적이어서 내가 좁은 '공유주방'에서 실습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소심한 탓에 이들을 제치고 내가 먼저 해보겠다고 나서지도 못했다.
내게 실습해 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지만 수업마다 나는 수강생들이 하는 실습을 곁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내심 섭섭했지만, 여성들이 집에서 남편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함께 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또 나이든 남성들은 요리를 잘 안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내 속사정을 아는지 수강생 중 이아무개(여, 71)씨가 내게 먼저 말을 건넸다. 몇마디를 주고 받았다.
"우리는 집에서 자주 하니, 선생님께서 먼저 여기서 연습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법입니다. 집에서 많이 해 보셨나요?"
"아닙니다. 배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집에서 연마한 솜씨로 풋고추 두세 개를 열심히 다져 새우와 합쳤다. 표고버섯찜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얼떨결에 시작한 내 실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별것 아닌 이 한 번의 실습으로 나는 뭐든 시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색감을 살리면서 맛있게 볶기? 예전엔 이해 못했던 문장
실습은 자주 하지 못했지만, 이번 강좌를 통해 기본 식재료에 대한 안목을 배운 것은 나로서는 큰 소득이다. 예전에는 아내를 따라 마트에 가면 카트만 끄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어떤 채소가 싱싱하고 좋은 것인지 눈길이 간다. 채소를 고를 때 대화에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