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기도회 사제단 26일 밤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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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지 않는 남도' 안치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함께 부르고 있는 시국기도회 참가자들. ⓒ 황기자TV 제공
'민중가요'가 터져 나온 천주교 미사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 (...) /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이 세월이여 /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천주교 미사에서 민중가요 <잠들지 않는 남도>가 봉헌되는 곳이 제주도다. 장맛미가 잠시 멈추고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지난 26일 저녁 7시반,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길에서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성당 안에서 열리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기도회가 11회째인 제주에선 길에서 열렸다.
'일본 핵폐기수 해양투기 결사반대' '윤석열 퇴진'. 전국에서 온 50여 사제와 수녀들, 200여 평신도와 도민들이 저마다 종이표지판을 치켜 올리며 구호를 외칠 때 그것은 노래처럼 '외로운 대지의 깃발'이 아니었다. 장맛비가 언제 또 쏟아질지 모르는 날씨에도 성당 안이 아닌 야외에서 기도회를 연 이유는 집회를 더 개방하려는 의도였다. 슬리퍼를 신거나 반려견을 데리고 근처를 산책하던 시민이나 관광객도 한동안, 또는 끝까지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이날 불린 <잠들지 않는 남도>는 가수 안치환이 이산하의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읽고 '민란'과 '폭도'로 매도된 숱한 제주의 민중항쟁과 4.3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제주는 19세기 중반 이후에도 1862년 4차례 민란(임술민란), 1898년 방성칠 난, 1901년 이재수 난 등 숱한 민중항쟁이 일어난 고장이다.
척박한 땅에서 명칭만 그럴싸한 '목민관(牧民官)'들의 가렴주구를 견디다 못 해 일어난 저항운동이지만 가혹하게 진압된 뒤 '장두(狀頭)'들은 예외없이 처형됐다. '장두'는 여러 사람이 서명한 소장의 첫머리에 이름을 적은 사람을 뜻하는데, 기층민중을 대변한 '실천적 지식인'이라 할 만하다.
제주민중과 충돌한 천주교의 '흑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