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지구>가 제시한 5가지 전환해법'거대한 도약'을 하기 위해 필요한 5가지 영역과 그 전환해법(출처: 책 <모두를 위한 지구>)
착한책가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로마클럽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막대한 고민과 준비를 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로마클럽은 2020년 '모두를 위한 지구 이니셔티브'를 구성해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간다. 우선 <성장의 한계>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기존의 월드3(W3)모델을 기반으로 이를 발전시킨 새로운 '어스4올(Earth4All)'이라는 시스템 역학모델을 도입한 후, 1980~2020년까지의 최신 데이터를 토대로 2100년까지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특히 이번에는 40여 명 가량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전환경제위원회'를 조직한 후 이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수렴하려고 노력했음이 돋보인다. 팀 잭슨(Tim Jackson),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 등 상당수의 생태경제학자와 비주류경제학자, 제3세계 학자 등의 참여로 기존 경제학의 관성으로부터 많이 탈피했다는 흔적이 대안정책들 곳곳에서 발견되는 걸, 책을 읽는 내내 확인할 수 있다.
저소득 국가의 부채탕감, 전지구적 차원에서 법인세 증세, 적자재정의 운영, 중앙은행과 개발은행의 창조적 활용, 녹색기술과 보건의료 기술에 대해서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
정을 면제, 전지구적 그린뉴딜에 대한 협력, 젠더 평등의 강력한 옹호 등 기존 주류학계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대안들이 그 사례들의 일부다.
또한 매우 분명한 어조로 "시장을 통한 해결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 책의 논조는, 확실히 이전의 많은 주류 기후정책이나 생태정책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안보와 식량안보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투자는 전 세계 연소득의 2~4퍼센트 수준"인데, "시장원리에만 맡겨서는 이러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전환을 위해서는 "시장방식과 장기적인 사고방식 모두를 재구성"하자고 촉구한다.
기후경제학이나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절대로 과격한 주장들이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온건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 또한 강력하게 탈성장을 주장하거나 포스트 성장을 명시적으로 국가정책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도넛경제 주창자인 케이트 레이워스 방식으로 "대체로 성장에 대해 불가지론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문제는 성장 자체가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후위기 대처 위해 타협할 수 없는 것
이 책이 다른 기후대안들을 다룬 책과 달리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 있다면, 분배정책과 젠더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닐까? 책은 "소득 재분배는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로 최고소득 제한을 강력히 주장하는데 그 방안은 경제학자 호세 가브리엘 팔마(Jose Gabriel Palma)가 제안한 팔마 비율이다. 이는 상위 10% 부자 '한 사람'이 버는 소득이 하위 40%에 속한 서민들 '네 사람'이 버는 소득을 넘지 않으면 감내할 만한 불평등이 될 것이라는 제안으로, 대체로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팔마 비율이 1이고 미국은 3이다.
또한 공유자원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하여 기본소득(책 용어로는 보편적 기본 배당금)을 주어서 전환이 일어나는 동안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보호하자고 제안한다. 특히 공유자원 사용료와 관련해서 "민간부문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관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자원을 추출하고 사용할 때에는 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는 화석연료, 토지, 담수, 대양, 광물, 대기, 심지어 데이터와 지식도 포함된다".
이 기후와 생태에 관한 이 책이 이토록 강력하게 분배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속가능성의 필수 전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각국이 부를 분배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시행하고 더 나은 평등을 위해 노력한다면, '거대한 도약'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것과 같이 지속가능성을 향한 모든 전환에 요구되는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심리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