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도진도서관의 '내 인생 아카이브' 강좌를 맡은 류은규 사진가
이윤옥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광역시교육청 화도진도서관(관장 강신호, 아래 화도진도서관)에서는 지난 4월 14일부터 '길 위의 인문학' 강좌로 '오래된 미래, 함께 만드는 새로운 과거'라는 주제의 강좌를 실시해왔다. 이 강좌에서는 개인의 역사를 마을과 지역의 역사로 기록하고 수집하는 '내 인생 아카이브' 수업이 진행됐는데 중구에 살고 있는 사진가 류은규씨와 작가 도다 이쿠코씨가 강의를 맡았다.
수강생들은 4월 14일부터 주 1회 모여, 사진 복원과 촬영 및 기억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모두 10회에 걸쳐 익혀왔고 이번 전시는 그들이 갈고 닦은 '수업의 결과'를 전시하는 자리였다.
개막식이 열리기 전에 먼저 도착해 전시된 1, 2층의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사진전에 출품된 작품은 인천 지역에 사는 수강생들이 소장했던 사진이 주종을 이뤘다. 얼핏 보아도 알 수 있는 맥아더 장군상이 있는 자유공원을 뒷배경으로 한 사진이라든지 개항장의 건물 모습, 개발되기 이전 인천의 어느 산동네 골목길 모습 등등이 정겹게 느껴진다.
특이한 건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 대부분이 개인이 간직했던 가족사진이라는 점이다. 가족사진을 공개한다? 개인정보 보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예민한 시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가족사진을 당당하게 사진전에 출품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가 류은규씨의 '개인 사진이 지역의 역사요, 나아가 겨레의 역사'라는 철학을 배경으로 한 강의 힘이 작용한 듯하다. 이 점에 대해 이번 강좌를 주도한 류은규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에 수강생은 15명이었는데 사진전에 참여한 수강생은 9명이었고 1인당 12장 정도의 사진을 출품했습니다. 강의에 앞서 저는 늘 '사진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 인간의 기억 작용에서 그림, 글, 사진 이 세 가지는 아주 중요한 도구지요. 사진의 역사는 그림이나 글보다는 훨씬 짧은 140년 정도밖에 안 되지만, 오늘날 사진이 담고 있는 역사성은 그 어떤 것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은 대부분은 자신이 어렸을 적 사진이거나 부모님 모습, 친구들, 자신이 살던 동네 등 평범한 생활사를 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것이 중요한 역사성을 띤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강생들이 출품한 사진들은 하나같이 '생활사'를 대변해주는 사진들이다. 대수롭지 않은 한 장의 사진 같지만 벌써 이들이 간직한 사진 속의 동네 골목은 도시개발이라는 핑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뜻에서 정순호씨의 '화수동 2동 공작창 담길 앞 골목에서 찍은 가족사진'도 의미 깊은 사진이고, 전경숙씨의 '개항장 일대의 옛 건물' 사진들도 역사성이 짙은 사진으로 느껴진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삶과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