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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이 6340원밖에 안 되는 노동자가 있다고?

[고물가 시대, 특고노동자는 어떻게 사나 ②]

등록 2023.06.23 15:57수정 2023.06.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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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가 월 20일 일하고 천만 원 넘게 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진짜일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8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 97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업종에 상관없이 개수임금제, 공짜노동, 각종 부대비용 및 본인 부담금 발생, 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편집자말]
언론을 통해 한 번씩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네"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노동자)들의 사례가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를 극히 예외적이고 특수한 경우이거나, 말 그대로 살인적인, 영혼을 갈아 넣는 노동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자영업자들도 '성공신화'들이 소개되곤 하지만 한국 사회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열악한 것처럼 말이다.

실제 특고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얼마인지 한 번 계산해 봤다.

최저시급보다 낮은 특고노동자 시급

최저임금위원회가 2021년 진행한 연구용역인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통해 살펴본 최저임금 적용방안'에 따르면, 플랫폼노동자(택배, 가사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기사 214명 대상)의 시급(월수입에서 각종 비용과 정규직 노동자라면 받아야 하는 혜택 등을 고려한 수치)은 7289원으로 2021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872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올해 5월 서비스연맹에서 진행한 설문조사(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방문점검원, 마트배송기사, 학습지교사, 방과후강사 968명) 역시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평균 시급 추정 (출처: 백남주, 2023, "경제위기 시기 특수고용노동자 임금불안정 실태와 임금 요구안",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 평균 시급 추정 (출처: 백남주, 2023, "경제위기 시기 특수고용노동자 임금불안정 실태와 임금 요구안", 서비스연맹)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월평균 수입에서 업무상 비용과 통상적인 노동자라면 받는 주휴수당, 4대보험(사측 부담분), 퇴직금 등을 고려한 시급은 6340원으로 2023년 최저시급 962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방과후강사를 제외하고는 전체 직종의 시급이 최저임금 이하였다(방과후강사의 경우 수업을 본인 마음대로 늘릴 수 없고, 그에 따라 월평균 임금 자체가 낮은 것이 문제다. 이번 조사상 방과후강사의 업무상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월평균 수익은 222만 원가량이다).

정규직 노동자와의 비교가 아닌 월 평균수입과 업무상 비용만을 고려해 시급을 계산해 본 결과는 시간당 1만114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소폭 상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라이더는 최저시급과 유사한 수준이었고,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여제품 방문점검원은 이 경우에도 시급이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비용과 통상적인 노동자 혜택분에 대한 고려 없이 설문조사 참여자들이 응답한 월평균 수입만을 가지고 계산한 시급은 1만5540원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2022년 6월 기준)상 전체 임금근로자의 시급 2만2651원(정규직 2만4409원, 비정규직 1만7233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시급보다 낮았다(이번 조사는 서비스연맹 소속 특수고용직 조합원으로 진행되었고, 응답자의 약 93%가 전업으로 일하고 있었다). 

광범위한 공짜노동


특고노동자의 임금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고노동자의 노동시간에는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시간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 역시 주요한 원인이다.

통상적인 근로관계는 노동자가 일정한 시간 동안 자신의 노동력 사용권을 사용자에게 맡기는 것이므로 해당 시간 동안 노동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사용자의 책임이다. 노동자에게 아무런 일을 시키지 않더라도 약속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1건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특고노동자의 노동보상 시스템하에서는 자연스럽게 대기시간, 이동시간, 일거리를 찾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 등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공짜노동)이 생겨난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시간인데, 대리운전기사나 배달라이더들은 운행시간 못지않게 콜(호출)을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하다. 서울노동권인센터의 2015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업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전체 업무시간 9.52시간 중 3.6시간이 대기시간이었다. 배달라이더, 마트배송노동자, 퀵서비스기사의 경우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배송해야 할 상품 준비가 늦어져서 기다리는 시간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기시간은 관련 업무 수행에 있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누군가는 대기를 하고 있어야 고객으로부터 요청이 올 때 배송, 배달 등의 업무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즉시배송', '즉시배차' 등이 가능하다.

업무를 위해 이동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하는(헛걸음) 경우도 생긴다.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콜(호출)을 받고 이동하는 도중 콜이 취소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방문점검원이나 학습지교사의 경우 고객이나 학생과 약속을 잡고 집을 방문했으나 고객이 부재한 경우가 존재한다. 이 경우 '1건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으므로 이러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방과후강사의 경우 신학기에 맛보기 수업을 해야 하며, 학습지교사의 경우 시험 기간에 특별 수업을 해야 한다.
 
"고객들이 회사 콜센터 보다는 집에서 한 번씩 보는 우리에게 먼저 전화를 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에게 정수기 계약 기간 연장을 받아내거나 새로운 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본인의 업무가 아닌데도 고객의 요청을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아 추가적인 노동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며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의 업무에서 제외된 것처럼(물론 여전히 택배기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시간당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이러한 특고노동자의 저임금 구조와 공짜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에서 2023년 5월 중 진행한 <경제위기 시기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조사>의 내용을 토대로 백남주 연구위원이 작성하였습니다.
#서비스연맹 #특고 #특수고용 #수수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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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돌봄노동자, 유통 판매직, 모빌리티 플랫폼 노동자, 학교비정규직, 택배 물류 노동자, 생활가전 설치점검 노동자, 관광레저산업 노동자 등 서비스업종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동조합 연맹입니다. 서비스노동자의 권리 시장 및 처우개선에 힘쓰고, 민주노조 운동에 복무하며, 노동자 직접정치시대를 열고자 앞장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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