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수라갯벌 대구 답사단이 수라갯벌을 탐사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무엇보다 이 영화는 수라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의 존재 보고서다. 새만금 방조제 마지막 물막이 공사 후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그곳에서 살아왔고 아직도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
영화 <수라>는 새만금 방조제와 함께 사라져간 무수한 생명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담은 진혼곡이다. 수억 년 동안 하루 두 차례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던 우주적 질서가 끊어지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생명들이 겪었을 대혼란부터 영화는 조명한다.
그 갯벌에 살고 있던 조개의 입장이 돼 언제나 바닷물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그들의 애타는 마음을 그려낸다.
끊어진 바닷물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내리는 비를 마침내 밀려오는 바닷물로 오인한 채 무수한 조개들이 마지막 모든 힘을 쏟아 갯벌 위로 몸을 내밀었다가 결국 그것이 바닷물이 아니라 빗물이란 것을 알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죽어간 수백 수천만 마리의 조개들의 거대한 주검의 현장은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의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
그리고 갯벌 하면 등장하게 되는 무수한 철새들의 모습 또한 집중 조명한다. 첫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멸종위기종 조류의 대명사와도 같은 저어새들의 등장을 시작으로 황윤 감독이 특히 사랑한, 평소 흰색이다가 번식기에 이르면 거짓말처럼 머리가 새까만 색으로 변한다는 신비의 새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해 도회적 감성을 지닌 듯한 날렵한 아름다움을 지닌 쇠제비갈매기의 새끼 사랑 그리고 검은색 몸통에 홍당무같은 붉은 부리를 가진 검은머리물떼새와 남반구에서 북반구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한다는 도요새들의 군무가 보여주는 경이로움까지 담은 생명의 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