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미술관을 한번에... 이곳에서 즐기세요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사천미술관과 삼천포 바다

등록 2023.06.19 12:03수정 2023.06.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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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은 심은하, 이성재, 안성기, 송선미 등이 출연한 1998년대 영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함께 한국 멜로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정반대 성격의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처럼 정반대되는 듯한 성격을 가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바다 옆 미술관입니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창선-삼천포대교 아래 삼천포대교공원에 자리한 사천미술관이 그렇습니다. 미술관 작품 관람을 핑계로 잿밥처럼 달곰한 주위 풍광을 구경하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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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미술관 주위에는 염불보다 잿밥같은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한다. ⓒ 김종신

 
먼저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푸른 바다가 와락 안깁니다. '하늘이 붉으니 바다로 불어라'라는 이름처럼 해넘이가 일품인 실안낙조를 품은 바다가 우리를 유혹합니다.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가 있습니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자아냅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덩달아 걸음도 가벼워집니다.

산책로 중간에 이르면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용 형상을 만납니다. '희망의 빛'이라는 제목이 붙은 실안낙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용이 승천한 바다는 눈을 멀게 할 만큼 아름답다는 실안의 바다입니다.

초양도를 비롯해 늑도, 신도, 두응도, 마도, 금오산, 저도가 보석처럼 알알이 박힌 바다의 보물이 우리 두 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산책로를 거닐다 전망대에 이르면 다시금 기분 좋은 풍경을 가슴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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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대교공원 거북선 기념관 내부 전경 ⓒ 김종신

 
전망대를 내려와 공원 한쪽에 있는 거북선기념관에 올라갑니다. 동아시아국제전쟁(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이 첫 출전한 사천해전을 알려주는 거북선 내부는 잠시 당시의 함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북선기념관을 나와 공원 주위를 거닐다보면 <삼천포 아가씨> 노래비가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끌려간 임을 그리워 기다린 삼천포 아가씨를 소재로 한 노랫말이 구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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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이면 삼천포대공원에서는 <2023년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가 열린다. ⓒ 김종신

 
걸음은 수상무대로 향하게 합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우리를 에워쌀수록 이곳은 더 즐겁고 흥겨운 잔치가 펼쳐집니다. 7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이며 '2023년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가 무더위를 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벌써 농익은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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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군영숲에서 바라본 창선-삼천포대교 ⓒ 김종신

 
무대를 지나 '바다로 가는 살괭이'를 따라 다리 아래로 향하면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만드는 초록빛 그늘인 군영숲이 나옵니다. 조선 수군의 훈련장이요 휴식처였던 곳이 이제는 사천 시민은 물론이고 찾는 이 모두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물합니다.

숲까지 산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천미술관으로 향하자 건물 앞 커다란 연 날릴 때 실을 감는 얼레가 눈길을 끕니다. 벌써 내 마음도 연에 매달아 푸른 하늘에 올려버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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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문화 예술의 요람, 사천미술관 입구 ⓒ 김종신

 
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사천시 미술협회에서 준비한 <문화 산책展(전)>이 6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술관은 쉼 없이 다양한 전시로 언제나 우리를 반깁니다. 사천미술관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문을 엽니다. 7~9월 주말에는 밤 8시까지 운영합니다.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입니다.


바다의 풍경을 닮은 그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희망의 울림'(강혜인 작)은 물고기들이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라 좀 전 보았던 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덩달아 한 몸을 이뤄 바다와 하늘을 헤엄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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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미술협회에서 준비한 <문화 산책展(전)>이 6월 8일부터 17일까지 사천미술관에서 열렸다. ⓒ 김종신

 
'조개 잡는 사람들'(임동열 작)은 주황빛 대야만 눈에 들어옵니다. 이른바 빨간 다라이에 많이 잡았을까 궁금해집니다.

'응시'(김나영 작)의 두 작품은 호랑이입니다. 왼쪽은 날카로운 이빨을 다 드러내고 포효합니다. 그에 반해 오른편은 그저 무덤덤합니다. 'hello'(김미란 작)는 두 수탉이 마주봅니다.


닮은 듯 다른 그림들은 쉼 없이 우리의 걸음과 눈길을 붙잡습니다. 골똘하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은 박수진의 '흩날리다…….'에서 뭉친 근육의 생각이 풀려집니다.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건네는 인사를 끝으로 미술관을 나왔습니다.

미술관 옆 바다와 함께 농익어 가는 여름의 열정을 담았습니다. 어쩌면 염불보다 잿밥처럼 달곰한 풍경에 마음이 더 갈 수도 있습니다. 미술관 옆 삼천포 바다가 주는 넉넉한 인심에 딱딱하게 굳었던 일상의 근육을 풉니다.
#사천미술관 #삼천포대교공원 #창선-삼천포대교 #사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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