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말글 지킴이, 김은주 씨(왼쪽)와 한글학회 총회(3.23)에 참석했던 이들과 함께 세종대왕 동상 옆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기념탑’에서.
김슬옹
- 한글학교에서 오래 봉사를 하셨는데 보람있었던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미국의 한글학교는 발전할 때도 있고 때로는 뒷걸음질 칠 때도 있어요. 요즘은 비한국인이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말과 글을 많이 배우고 있는 점이 큰 특징이지요. 그리고 2, 3세 한인계(Korean Diaspora) 아이들이 부모/조상의 말을 배워야 한다는 중요성을 느끼면서 한국말을 많이 배우려고 해요.
그들이 커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조상어(모국어)를 못하면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 한인 2, 3세 아이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인 남자들이 외국인 여자와 결혼해도 모국어를 한국어로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의외로 혼혈 한국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국말을 배우려고 많이 애쓰고도 있어요.
반면에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일부 종교 집단들이 한글학교 활동과 수업을 극우 정치사업과 연결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부분은 동포 사회를 분열시키는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한글학교가 후원되지 않아 재정 문제 또는 교사 부족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한글 학교끼리의 경쟁으로 문을 닫는 경우도 있어요. 한글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닌 대부분 주말 학교 형태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서 아쉬워요. 일본, 그리스, 이스라엘 등은 정규학교로 만들어 잘 운영하고 있어 대조됩니다."
- 한국어와 영어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 느끼는 모국어와 영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정서적, 감성적인 표현이나 사랑을 속삭일 때는 우리말이 최고지요. 형용사가 풍부하고 흉내말이 기가 막히게 발달해 우리말로 소통을 적절하게 잘 표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말로 색을 표현할 때 빨간색, 붉은색, 파릇파릇한 파란색, 보랏빛 마음 등 무궁무진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찌개가 부글부글, 햇볕이 쨍쨍. 개굴개굴, 엉금엉금, 뒤퉁뒤퉁, 얼굴이 화끈화끈, 마음이 뒤숭생숭, 등등의 흉내말이 매우 재미있고, 직감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고 듣기 편하고 얼마나 좋습니까?
영어는 목적이 뚜렷한 언어지요. 물론 영어도 정서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감정이나 감수성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데는 한국어보다 부족한 언어지요. 똑같이 우리말로 표현하려면 설명이 많이 필요한데 영어는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긴 설명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어떤 이유로 어떤 결과를 냈나, 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편리합니다. 어떤 언어가 우수하냐를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각 언어의 맥락이 다른데 마구 섞어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 한국을 방문해 여기저기 다녀 보니 어떤가요? 한국 사회에서 영어 섞어 쓰기가 날로 심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명동이나 종로 같은 번화가에 가보면 뉴욕에 다시 온 듯한 느낌이에요. 한국어로 '힘내라! 잘해보자'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화이팅'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FIGHTING'의 일본어 발음을 따라 하면서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있을 때 잘하고,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고 지켜야 합니다. 일본식 발음뿐만 아니라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영어 사용도 잘못된 것들이 많습니다.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때 어린 학생들이 영어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언어와 영어를 섞지 않게 잘 구사하며 사용하는 것을 인상 깊게 지켜본 적이 있어요.
반면 한국인들은 모국어인 한국어와 엉뚱한 외국어를 섞어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일제 식민지에 이어 미국의 영향권에서도 언어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요?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50년 정도 지나면 사용하는 한국어가 완전히 '뒤죽박죽' 외계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