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화도면 가랑포 들녘에 찾아온 저어새와 백로.
전갑남
한참을 걷는데, 푸른 들에 하얀 점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저어새와 백로가 먹이 사냥을 나왔다. 저어새 네 마리에 백로 두 마리.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논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녀석은 저어새이고, 고개 쳐들고 먼 산 바라보듯 서 있는 놈은 백로이다.
저어새와 백로 먹이 사냥
대개 저어새는 혼자 다니지 않고 몇 마리씩 몰려다닌다. 논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길을 따라 걷듯 발걸음이 무척 바쁘다. 거기보다 백로는 홀로 성큼성큼 걷는 경우가 흔하다.
오늘도 저어새 무리는 주걱부리로 논바닥을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다. 하는 짓이 참 부지런도 하다.
백로는 오늘따라 저어새를 졸졸 따라다닌다. 녀석이 멀뚱멀뚱 있다가 뭔가 눈에 띄는 것을 찾았는지 코옥 집어내는 행동을 한다. 아마 저어새가 휘젓고 다닌 자리에서 먹잇감을 낚아채는 모양이다.
주로 물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의 세계도 살아가는 방법이 각기 다르다. 주둥이 모양에 따라 먹이 사냥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쉼 없이 물속에서 부리를 저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녀석이 있고, 눈에 띄는 것을 노려서 해결하는 녀석도 있다. 전자가 저어새이고, 후자는 백로이다.
논에 물꼬를 보러 나온 동네 아저씨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저어새 저 녀석들, 논바닥을 저렇게 휘젓고 다니면 벼 생육에 지장 없을까요?"
"지금은 모가 튼튼히 뿌리를 내려서 괜찮아."
"부리로 하는 짓이 꼭 논을 매 듯해요!"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니까!"
"잠시도 쉬지 않아요."
혹시 녀석들 때문에 뜬 모가 생길까 염려했는데, 그럴 일은 없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아저씨는 저어새가 많이 몰려와 논을 매주면 김매는 일손을 덜어줄 것 같다며 웃음을 짓는다. 천연기념물로 귀한 녀석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준 것만도 고마운 일이라 한다.
천성이 부지런한 저어새
저어새는 지구상에 5천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알려졌다. 천연기념물 제 250-1호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다.
부지런히 일하는 저어새를 보면 느끼는 게 많다. 이런 저어새 무리가 우리 사는 세상에서 개체 수가 자꾸 줄어들어 멸종위기종이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요즘 들어 차츰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잘 보호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