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떡'을 소재로 시 한 수 지어오기글쓰기에 대한 숙제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박향숙
오늘도 역시 어머님들이 챙겨주신 한솥밥을 먹으면서, 허리 굽혀 밥그릇 국그릇을 놓아주시는 그분들의 손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작가도 아닌데, 문해교육 전문가도 아닌데 정성이 차고 넘치는 밥상을 받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창피했습니다.
문해교육날마다 시작 30분 전에 오셔서, 복습도 하고, 숙제도 확인하고요, 하드웨어적인 교과서 수업과 말랑말랑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그림책과 시 수업으로 일주일의 첫날 문을 여는 말랭이마을 어머님들. 박남준 시인의 '상추도둑'을 낭독하며 시 속에 쓰여진 비속어도 사투리도 멋진 시어가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도동년 나뿐연 / 상추 뽀바간연 / 처먹고 디져라 / 한부번도 아니고 매년 / 아따 그러니까 이게 저주라면 참말로 독한 저준데 / 상추먹고 급살 맞을 사람 어디 있을까"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얌전하고 이쁘게만 말하던 어머님들도 시를 빌어 욕해 주고 싶은 누군가를 생각하며 큰 소리로 토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니 만나는 시마다 '참말로 좋고만. 딱 우리 맘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때를 놓치지 않고 숙제 하나를 내드렸습니다.
"어머님들, 오늘 드신 모시떡을 소재로 멋진 시 한 수 지어보세요."
아마도 속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너무 잘해도 안 되겄어. 못한다고 엄살을 부려야지. 숙제가 점점 많아지네 그려, 잉~' 그래도 가르침에 욕심 많은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 지금처럼만 하시면 가을에 멋진 작품전 할 수 있어요. 어머님들, 사랑합니다.'
월마다 말랭이마을에는 골목잔치가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시낭송잔치'를 하지요, 우리 어머님들이 글방수업 때마다 함께 낭독한 시들을 개인별 장기자랑으로 낭독하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촛불의 심지를 불태우는 맘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 시를 낭독할 그날을 그려봅니다. 잊지 못할 추억 한 장면 만들어 드리고 싶은 이 마음. 당신들은 아실까요. 아마도 아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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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불쌍하다, 고마워, 네 덕에 살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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