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카토 와인과 다양한 안주들그 마술과도 같은 시너지 효과는 단맛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에 온 것과도 같다.
임승수
모스카토와 과일의 궁합은 마라샹궈보다 더욱 훌륭했다. '너 상큼? 나 상큼! 오! 브로!' 이산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서로 부둥켜안으며 열렬하게 상봉하는 수준의 케미다.
아내도 대단히 잘 어울린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나와는 살짝 결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너무 비슷한 과실 캐릭터끼리 조우하니 뭔가 동족상잔의 이미지가 떠오른단다. 아내의 사차원적 상상력에 경탄(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어떻게 여기서 동족상잔이 나와!
단 와인 마시는 방법을 몰랐다
잠시 아이들 상황을 보니 단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첫째는 간만에 마라샹궈를 먹으니 맛있다며 쉬지 않고 젓가락질 중이고, 둘째는 까눌레를 야무지게 손에 들고서는 딱딱한 표면을 마치 다람쥐처럼 조금씩 아껴서 뜯어먹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앙증스러운 프랑스 과자 하나를 집어 들어 씹고서는 모스카토를 한 모금 삼켰다. 햐! 과일과의 궁합 뺨치는구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내뱉는데, 옆에서 한참 까눌레 삼매경이던 둘째가 불쑥 난입한다.
"아빠! 와인이 까눌레의 느끼한 맛을 잘 잡아줘서 어울리는 거지?"
"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빠가 예전에도 느끼한 음식에 와인 마시면서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그…렇구나."
딸 말대로다. 모스카토의 산미가 받쳐주기만 하면 까눌레, 휘낭시에, 마들렌을 연속으로 열 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단맛과 단맛의 만남이 질리지 않는 이유는 과실 향 가득 우아한 산미가 거실에 놓은 대용량 공기청정기처럼 끊임없이 구강 내부의 상큼함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우리 둘째는 혹시 미각 영재? 아빠가 몰라봐서 미안하다. 소중한 딸의 능력 개발을 위해 앞으로 아빠가 책 열심히 팔아서 까눌레보다 더한 것도 많이 사 줄게.
갓 와인에 관심을 가진 시절에는 단 와인이 내 취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기나 생선 같은 안주와 같이 마시기에도 적절하지 않고, 너무 달다 보니 금세 물렸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밥 먹으면서 사탕 먹는 사람 없지 않은가. 맛과 맛이 겉돌고 어울리지 않으니.
나중에야 단 와인 마시는 방법을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달달한 디저트에 곁들여 홀짝홀짝 마셔야 하는 건데 말이야. 그 마술과도 같은 시너지 효과는 뭐랄까, 단맛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에 온 것과도 같다.
곳곳에 놓인 놀이기구를 번갈아 타듯이, 겉바속촉 까눌레 한입, 모스카토 한 잔, 열대 해변을 연상시키는 파인애플 한 조각, 모스카토 한 잔, 소금과 캐러멜의 단짠단짠 휘낭시에 한입, 모스카토 한 잔. 아이고 침이 고여서 더는 글을 못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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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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