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잎 뜯기귀여운 방해꾼 마당냥이
도희선
전깃줄에 앉은 뻐꾸기가 울어 댄다. '뻐꾹뻐꾹' 울어대다 성급함에 목이 메는지 '뻑'에서 멈추며 엇박자가 된다. 어스름 저녁의 뻐꾸기 울음은 왠지 서글프게 들리지만 아침 뻐꾸기 소리는 듣기 좋다. 맑고 청아하다. 다른 새소리와 어우러져 교향곡까진 아니지만 멋진 협주가 된다.
시가 나와도 나올 법한 아침 풍경에 시는커녕 저녁 땟거리를 생각하며 잘 자란 상추를 한 잎 한 잎 옆으로 살짝 비틀어 딴다. 직접 가꾼 작물은 한 잎도 아까워 허투루 다루지 않게 된다. 처음 상추 잎을 뜯을 때 쥐어뜯다시피 해서 핀잔을 받은 생각이 나 피식 웃는다.
비빔요리의 매력
비빔밥이나 비빔국수를 좋아한다. 맛있어서 좋고 간편해서 좋다. 냉털요리로도 안성맞춤이다. 생야채가 많을 땐 비빔국수를, 냉장고에 먹다 남은 나물이 있으면 비빔밥 만한 게 없다. 오늘은 새콤 달콤 매콤한 비빔국수다. 비빔국수는 상추나 양배추, 오이 정도만 있어도 좋다. 신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도 별미다.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는다면 간장에 들기름을, 초고추장에 매실액만 넣어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비빔밥도 마찬가지다. 나물 한 두 가지에 매운 고추장 한 숟갈을 넣거나 잘 익은 열무김치 몇 가닥에 강된장을 넣으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 되지 않던가. 늦은 밤 드라마에선 배우들이 오밤중에도 고추장 넣어 발갛게 비빈 밥을 꼭 스텐 양푼채로 먹는다. 꼴딱. 쓰면서도 침이 목울대로 넘어간다.
점심 급식을 하지 않던 호랭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들과 한 달에 한 번 점심을 만들어 먹었다.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었던 종류가 비빔밥이다. 준비물은 모둠별로 알아서 정했다. 나물, 양푼, 참기름, 통깨, 밥등을 형편에 맞게 정하거나 제비 뽑기를 했다.
다들 비슷한 재료로 사실 맛도 비슷했다. 학생들은 서로 자기 모둠 비빔밥이 맛있다며 먹어 봐 달라고 했다. 숟가락 하나 들고 다니면서 두어 숟갈 씩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불렀다. 비빔밥을 먹으며 우리는 함께 어우러졌고 행복했다. 별거 아닌 일에도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양푼에 숟가락이 들락거리며 서로 네가 많이 먹었니, 덜 먹었니 하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갔다.
여러 가지 재료를 한데 넣고 비비면 맛이 섞여 이게 무슨 맛이지 할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한데 넣고 비벼도 아삭한 콩나물의 맛이 살아 있고 달큼한 시금치와 너무 무르지 않은 호박나물의 맛과 고사리의 향은 남는다. 비빔국수도 마찬가지다. 아삭아삭 씹히는 상추와 향긋한 쑥갓, 상큼한 오이, 알싸한 양파는 고유의 맛을 잃지 않았지만 한데 어우러지면 기막힌 맛을 낸다. 비빔 요리의 매력이다.
산케이 신문 편집장 구로다 가쓰히로가 비빔밥에 대해 '숟가락으로 맹렬하게 뒤섞어 질겅질겅 돼버린 정체불명의 음식을 떠먹는다'라고 비하했다. 이어령 선생은 "우리는 함께 비벼 먹으면서 개별적인 맛과 조화된 맛을 함께 즐긴다. 음악에서 독주와 교향곡의 차이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비빔밥은 '맛의 교향곡'이라고 응수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더구나 함께 먹는 비빔밥은 화합의 의미도 담고 있다. 각종 지차체나 종교단체에서 행사를 주관할 때 비빔밥을 택하는 이유는 간편하기도 하지만 화합과 조화,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좀 푸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