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언스플래쉬
그런데 이 방법이 커피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는 그냥 검은 물이니까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유리잔에 담긴 검은 물입니다. 핸드드립 커피나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화려하게 만든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음료라고 해도 중심이 되는 에스프레소 자체는 검을 뿐이니 먹어보지 않고는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열심히 닦은 기술이 최고 관심사에서 큰 효용을 누릴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지역을 떠돌며 매장을 들르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경험을 쌓아갑니다. 그때는 앞으로 저에게 다가올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커피가 검다는 문제는 오래지 않아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의 입장에서 경험하게 된 것이죠. 제가 다른 매장의 가늠이 어려웠던 것처럼 저희 매장도 경험하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에 도달한 것입니다. 아마 이 문제는 커피를 파는 대부분의 매장이 겪는 문제일 겁니다.
각각의 원두를 선별하고 볶는 기술과 추출을 통해 나타나는 맛이 다른데 결과물은 하나같이 검다는 게 선택에 문제점으로 다가옵니다. 손님이 찾아와 음료를 고른다 해도 때로는 생두 본연의 맛에 따른 차이로 때로는 매장에서 제시하는 맛의 형태의 차이로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죠. 로스터리 카페에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도전인 셈입니다.
손님은 불확실한 맛에 돈을 지불하고 매장은 취향을 모르는 가운데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그런 이유로 손님이 방문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맛을 제시하는 것은 저희의 일이고 의무지만 제가 다른 매장을 다니며 그랬듯 매장을 방문해 주는 손님들은 여러 기회 중에 한번을 저희에게 건넨 것이니까요.
이렇게 보면 맛의 안정성과 비슷한 맛의 구현은 순간의 뛰어난 맛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가 제시하는 비슷한 맛, 예상 가능한 맛이 편안함의 요소가 되고 매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공감할 정도를 맛을 유지한다는 게 실은 대단한 일이죠. 그런 이유로 저는 스타벅스 커피를 높게 평가합니다. 기회가 되면 주기적으로 들러 맛을 보고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지향하거나 제시하는 맛이 스타벅스와는 많이 다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검은 문제를 가장 잘 풀고 있는 사실 만큼은 변함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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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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