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2] 2021년 이후 수출액 변화입니다. 2022년 2분기를 기점으로 전체적으로 수출액이 줄어 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봉렬
2021년 이후 수출액을 월 단위로 자세히 만든 [도표2]를 보면 2022년 2분기(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시기)를 전후로 중국과 아세안을 향한 수출이 줄어드는 게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에 비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한 수출 증가 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숫자로 확인해 보면 올해 4월까지 대중 수출은 29%가 줄어서 <조선일보> 보도대로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율이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에 대미 수출은 금액으로는 약 4억 6000만 달러, 비율로는 1.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미국에 물건을 많이 수출해서 비율이 증가한 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수출 물량이 줄어서 미국의 비율만 올라간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걸 두고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가 말하는 "의미"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윤석열 정부의 내부 요인도 찾아봐야
최근 대중 수출 감소는 미·중 갈등, 반도체 불황, 중국의 경기 부진과 내수화 정책 등 주로 외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는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다. 대중 수출이 2018년 1621억달러(약 214조원)에서 2022년 1558억달러로 뒷걸음질하는 동안 대미 수출은 727억달러에서 1098억달러로 51% 늘었다. 중국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재빨리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결단력과 순발력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신흥 시장에서도 이 같은 '탈중국'에 나선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은 넘치고 있다.
<조선일보>는 대중 수출 감소의 요인으로 "미·중 갈등, 반도체 불황, 중국의 경기 부진과 내수화 정책 등 주로 외부적인 요인"을 언급했습니다. 만약 외부적인 요인이 전부라면 중국과 무역을 하는 모든 나라들이 비슷한 수준의 수출 감소를 겪어야 합니다.
중국 해관총서의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7.1%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상위 10개 수입국 가운데 러시아(32.6%), 호주 (11.2%), 중남미 (6.5%) 같은 나라는 오히려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었습니다. 아세안(-6.1%), EU(-2.4%) 등은 대중 수출이 줄긴 했지만 그 비율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의 대중 수출도 1.7% 감소에 그쳤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28.2%가 줄어들어 상위 10개국 가운데 최악의 수출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내부적인 요인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윤석열 정부의 "탈중국 선언"이나 대만 관련 강경 발언 같은 것 말입니다.
올해 들어 4개월 동안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나 줄었습니다. 앞서 대중 수출은 29%가 줄었고, 대미 수출은 1.3% 증가에 그쳤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교역규모 2위인 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가 줄었고, 일본에 대한 수출도 13.1%가 줄었습니다. 수출이 증가한 지역은 EU(5.2%)와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26%) 정도입니다.
하지만 EU는 수출이 늘어난 것보다 수입이 더 늘어 무역수지는 역성장했고, CIS의 경우는 해당 지역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 남짓에 불과합니다. <조선일보>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신흥 시장에서도 이 같은 '탈중국'에 나선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은 넘치고 있다"고 했는데 그 넘치는 활약상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다음 두 문단은 현대차·기아차의 인도 진출, CJ의 미국 시장 개척,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최대 실적을 중국을 벗어나 세계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중국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거라 단정할 수 없을 뿐더러, 지난 20년간 우리의 수출 현황을 봤을 때 중국에서의 성공과 또 다른 시장의 개척이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는 아닐 겁니다.
<조선일보>가 현대차의 탈중국을 보도한 다음 날인 6월 1일, 현대차그룹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공장 준공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들은 탈중국 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정부 부담 덜어주기 위해 짜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