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주최로 89차 부산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참가자 다수는 피해자와 연대하고 일본을 규탄하기 위해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김보성
정오가 되자 검은 마스크를 쓴 부산여성행동 소속 회원들이 평화의 소녀상 옆자리를 메웠다. 민감한 현안인 탓에 부산수요시위의 시작도 욱일기 비판이었다. 89차 부산수요시위 사회를 본 최윤원 (사)부산여성의전화 활동가는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 전범기로 불리는 깃발이 우리 영해에 들어왔다는 것에 분노를 표시했다.
"오늘 수요시위 전 긴급한 사안 하나를 안내합니다. 지난 29일 욱일기를 단 자위대 호위함이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욱일기는 일본제국주의가 사용하던 군기로 우리를 수탈한 전범의 상징입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최 활동가는 바로 "일본 정부는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한다"라고 선창에 나섰다. 그러자 이를 따라 20여 명의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나서라"라며 구호를 같이 외쳤다.
이어선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을 향해 보란 듯 9명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하경해 부산여성의전화 대표는 "피해자 증언집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가해국 일본은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었고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망언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성명에는 거듭 사죄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참가자들은 욱일기 논란에 빗댄 듯 "일본이 도대체 무엇을 했고, 어떤 것이 바뀌었으며, 누가 치유가 됐느냐"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러면서 "국가적 배상, 진정성 있는 사과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날 수요시위의 끝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연대를 다지는 헌화 퍼포먼스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국화꽃을 소녀상 옆 의자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 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돌아올 90차 수요시위의 참여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