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 이사회 의장,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5월 19일~21일)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단어는 뭐니 뭐니 해도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감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40페이지나 되는 긴 공동성명의 전문엔 7개국이 취할 여섯 가지 조치가 차례로 적혀 있습니다. 그중 세 번째가 대중국 정책과 관련한 내용인데, 다음과 같습니다.
"디커플링이 아니라, 다양화, 파트너십의 심화 및 디리스킹에 기초한 경제적 회복력 및 경제 안보에 대한 우리의 접근에 관해 협조한다." (coordinate our approach to resilience and economic security that is based on diversifying and deepening partnerships and de-risking, not de-coupling.)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전면 차단에서 사안별 대응
이 표현은 서방 국가의 대중국정책 기조가 이 회의를 계기로 디-커플링(관계 단절)에서 디-리스킹으로 조정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그들이 중국과 경제 관계를 완전하게 단절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전면적인 차단에서 '사안별 차등'으로 자세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기조의 변화를 주도한 것은 유럽연합이지만, 미국도 히로시마 정상회의 전부터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이라는 말을 쓰면서 새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마침 히로시마 정상회의 전후로 미국과 중국의 고위 관리 접촉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정상회의 직전인 5월 10일~11일엔 두 나라의 외교 최고 책임자인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정상회의 이후에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5월 25일 미국을 방문해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과 회담했습니다. 용어의 변경과 몇 번의 회담으로 지난 2월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가 완전히 풀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뭔가 해빙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윤석열 정권의 외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 또는 악의 세력으로 대하는 선악 이분법의 '가치 외교' '이념 외교'의 틀에 굳게 갇혀 있습니다. '한미일 안보동맹의 강화'가 윤 정권 1년의 최대 치적이라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언에서 그런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제재, 아시아 나라는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4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