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기 제어봉 조작 실패는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핵사고와 닮아있다. 영광 뿐 아니리 전국 시민단체의 규탄이 잇따랐다. 사진은 2019년 5월 22일 열린 '한빛 1호기 제어봉 조작 실패 규탄 긴급회견' 당시의 모습.
원불교환경연대
2019년 5월 10일 영광 한빛1호기에서 열출력 급증사고가 난다. 핵발전은 핵분열 에너지로 물을 끓여 전기를 만드는데 핵분열을 적절히 제어 못 하면 후쿠시마 핵발전처럼 폭발하고 만다. 제어봉은 '핵발전의 브레이크'에 해당하는데 핵연료를 분열시키는 중성자를 적절히 흡수하면서 출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한빛핵발전소 주 제어실에서 제어봉을 제어하는 실험에서 담당자가 인출 값 계산을 잘못해서 열출력이 급상승했어요. 원자로 상황에 따라 제어봉을 얼마나 노심에 넣고 빼느냐가 관건인데 그 계산을 잘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제어봉 자체가 고착돼서 움직이지 않았어요. 운전미숙에 브레이크까지 고장 난 상황인데 당시 운전미숙으로만 몰아가면서 핵발전소 자체의 결함을 덮기에 급급했죠. 제어봉 조작자가 무자격자라는 점도 한수원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이에요."(노병남 회장)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참사 역시 터빈 출력시험 중 제어봉을 조작해 무리하게 출력을 올리려다 짧은 시간에 원자로가 폭주하면서 발생했다. 게다가 사고 이후 12시간 이후에나 원자로를 정지시켜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더 큰 문제라는 질책을 받았었다.
영광에서 핵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나라 특성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해서풍이 불어 방사능 낙진이 전국에 다 퍼질 수밖에 없다. 전라도의 광활한 곡창지대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제품을 해외에서 더 이상 구매하지도 않게 돼 경제 자체도 완전히 망가지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남한 전체가 끝장난다고 봐야 한다.
사건 직후 한수원은 한빛 1호기를 무기한 정지한다고 했다가 석 달 뒤 CCTV를 많이 설치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겠다며 재가동을 발표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보다 마치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몰아간 것이다. 핵발전소 중앙제어실은 기본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이다. 근무자들은 대부분 자동으로 운전되는 시스템의 온갖 계측기만 감시하는 역할이다. CCTV 설치가 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서울 사람들은 안 무섭소? 영광에서 사고가 나면 영광사람들만 죽지 않아요."
핵사고 종합세트 한빛핵발전소
"한빛 1·2호기 수명연장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2014년 원안위가 고리 4호기 원자로 용기 용접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용접부 17개 부분 중 2개 부분의 위치가 잘못 선정된 것을 확인했어요. 그래서 20기 핵발전소를 대상으로 확대 조사를 벌였더니 한빛 4호기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견된 거예요. 용접 부위가 아닌 엉뚱한 곳을 20년 동안 검사해온 거예요. 가슴을 검사해야 하는데 20년 동안 머리만 검사했다면 사망 아닙니까?"
한빛 1·2호기와 고리 3·4호기 원자로 용기는 모두 미국 CE 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지만, 용접 부위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 자체를 한수원이 몰랐다는 것이다. 고리 3호기와 한빛 1호기 용접 부위를 기준으로 검사를 했으니, 고리 4호기와 한빛 2호기는 엉뚱한 곳을 검사해 온 것이다. 20년 동안 데이터가 잘못됐거나 없는데 어떤 근거로 수명연장을 하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해양생태계 복원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해요. 영광처럼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해안지역에 세워진 핵발전소는 거의 없어요. 구글 자료를 돌려보면 한빛핵발전소에서 원자로를 식히고 버리는 열폐수가 바다로 퍼지는 모습이 보여요. 이 열폐수를 바다 멀리 보낸다고 방조제를 설치했는데 의미가 없어요. 방조제도 제거하고 폐로 이후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지'에 대한 방안을 내야 해요."
얼마 전 영광군수 만나고 나오는 산자부 직원을 만나서 "영광에 추가 핵시설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하니 산자부 직원들은 '임시 건식저장고'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이동하는 것이라 추가시설이 아니다'라고 했단다.
"임시저장고 새로 지을 것 아니요. 그게 추가시설이지, 뭐요? 정부나 한수원은 핵발전소 지역에 추가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약속했어요. 임시저장고도 엄연한 추가 핵시설이에요."
1~6호기까지 한빛핵발전소는 핵사고 종합세트이다. 2023년 한국 사회에 돌아가고 있는 25기 핵발전소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토록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계속해야만 하는 걸까? 2010년을 지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핵발전은 재생에너지보다 비싼 에너지가 되었다. 갈수록 안전 규제도 강화되어 비용은 올라갈 것이고 기후 위기로 인한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앞에 가장 취약한 에너지가 핵발전소이다.
"한빛 5·6호기도 원자로 헤드관 부정 용접으로 1년 이상 서 있다가 5호기는 2021년 5월에 재가동했어요. 6호기는 1년 늦게 했으니 균열 정도가 5호기보다 덜 하다는 핑계를 대며 2025년 아예 원자로 헤드를 교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어요. 그렇게 되면 한빛 6호기 헤드 교체 때까지 정기 정비기간을 제외하면 3년 이상 원자로 '헤드 관통관'을 균열 된 상태로 돌리겠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