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이 카톡으로 보낸 글어느 날부터 장인어른이 카톡으로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신재호
맨 위에 제목은 '우정보다 진한?'이었다. 내용은 고등학교 때 얼굴만 아는 정도였던 친구를 우연히 직장생활을 하다 만난 이야기로 시작됐다. 같은 건물의 각각 다른 회사를 다녔는데, 그때는 결혼 전이라 종종 식사도 하고 등산도 하며 친해져 친구의 산악회까지 가입해서 덕유산, 지리산 등을 종주하며 우정을 쌓았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모임도 만들어서 결혼하고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갔다.
장인어른의 글 속 그 친구분은 참 따듯한 분이었다. 어렵고 외로운 친구가 있으면 나서서 도움을 줬고, 생색 하나 없었다. 장인어른이 몸이 아프고 나서 생각이 났다며 불쑥 사과 상자를 보내 주기도 했고, 읽어 보라며 '좋은 생각'이란 월간지 연간 구독권도 끊어 줬다고 한다. 최근에 항암치료로 힘든 상황에 친구의 훈훈한 정을 생각하며 그래도 삶을 잘 못살지는 않은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우정, 사랑, 담대함... 장인어른의 삶이 내게 왔다
글에 담긴 장인어른의 삶과 친구분과의 인연 그리고 따뜻한 우정에 내 마음도 뭉클했다. 잘 읽었다는 답신과 더불어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냈다. 장인어른은 글의 수정도 부탁했다. 이 글을 어떻게 내가 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저 오타 수정과 보기 좋게 단락 정도만 나눠서 다시 보냈다.
그 뒤로도 한 달에 한 편씩 수필을 써서 나에게 보내 주셨다. 지난 2월에 보낸 글은 장모님과의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아내에게도 듣지 못한 두 분의 사랑 이야기가 어찌나 흥미롭던지 장문의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결혼적령기에 선을 본 여성 중 유독 장모님만 계속 연락하게 돼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역시 인연은 따로 있었다.
1970년대의 데이트 코스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장인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보았기에 장모님은 어땠는지 나중에 물어보고픈 궁금증도 생겼다. 처음에 썼던 글보다 훨씬 정제된 느낌이었고, 이제는 보기 좋게 단락 구분도 잘하셨다. 다음엔 또 어떤 글을 보낼지 점점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