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튤립축제태안세계튤립 축제에서 촬영
이상자
'왜 이러지?' 아직 사진에 담을 꽃들이 많은데 핸드폰이 고장 난 걸까? 핸드폰을 껐다가 전원을 눌러도 소식이 없다. 충전할 곳을 찾아다니느라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간신히 간이 매장에서 충전기를 꽂아본 후에야 배터리가 다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고장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아름다운 꽃들을 사진에 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더 아쉬운 것은 어느 매장에서도 충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참 두리번거렸다. 플라워파크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건식 반신욕기> 홍보부스에서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충전을 위해 요금 내고 체험했다. 따뜻해서 온몸의 피로가 풀렸다. 다시 꽃 사진 찍으러 갔다. 핸드폰에 200기가바이트 외장 메모리를 장착하고 오길 잘했다. 집에 오기 싫었다. 꽃을 두고 올 수가 없어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돌아오기로 했다. 가슴가득 싱그러운 튤립향기 안고.
돌아오면서 5월 5일~7일 꽃 축제에 또 가기로 했다. 날씨 검색을 하니 비가 온다는 예보다. 그렇다면 다음에 갈까 하다가 <피나클랜드 튤립 축제> 5월 7일이 마지막이었다. 비 온대도 여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태안 튤립 꽃이 눈에 아른거려 미룰 수가 없었다. 미루면 내년에 가야 하니까. 대신 집에서 멀지 않은 충남권에서 꽃을 보러 다니기로 했다.
첫날 부슬부슬 비 오는 거리를 달려 세계꽃식물원에 도착했다. 대 실망이다. 화려하고 아름답던 태안 튤립 꽃을 가슴에 한가득 담고 가서 아산세계꽃식물원을 둘러보니 꽃들은 더러 있었지만, 볼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싱거웠다. 거기 있는 꽃들에 미안할 정도로 내 얼굴이 실망으로 가득 찼다.
서운한 마음으로 둘러보며 아쉬운 대로 사진을 찍었다. 입장료는 받았지만 돌아갈 때 입장권 액수만큼 꽃을 가져갈 수 있어서 화분 세 개를 가져왔다. 꽃향기 퐁퐁 풍기는 차를 타고 재빨리 <피나클랜드>로 출발했다. 튤립 축제와 불꽃놀이를 기대하며 달렸다.
날씨는 가끔 비를 뿌렸지만, 차창 밖 풍경은 5월의 신록이 절경이다. 눈 호강으로 마음은 나비처럼 나풀댔다. 들뜬 마음으로 피나클랜드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불꽃축제는 취소되었다고 했다. 튤립도 다 지고 없었다. 급 실망이다. 입장권을 샀다. 불꽃축제도 취소되고 튤립 축제에 튤립도 지고 없는데 입장료는 받았다.
피나클랜드 들어가는 입구는 정말 멋있었다.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비가 솔솔 뿌려서 우산을 펼쳐 들고 걸어갔다. 튤립축제는 7일까지였지만 튤립은 이파리만 무성했다. 공연도 취소되고, 볼거리라고는 산으로 나 있는 길과 초록빛의 나무들 뿐이다. 그래도 꽃을 보지 못해서 다시 오고 싶은 장소였다.
도고 역 근처 모텔에서 1박 했다. 세상에 모텔 서비스가 짱이다. 하얀 침대 시트와 하얀 이불, 거울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방. 쟁반 가득 수박, 바나나, 포도, 사과, 오렌지, 양말 두 켤레. 여동생과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과일이 쟁반 가득인 것도 놀라운데 양말도 남녀 두 켤레나 서비스하다니.
아침이다. 일기예보는 오전에 날이 든다고 했으나 흐렸다가 비를 뿌렸다가 하는 날씨다. 일찍 일어나 외암리 민속마을로 향했다. 돌담길이 그윽하다.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따뜻해져 왔다. 내가 시골 길을 좋아해서 인가보다. 당진 천 크기 정도의 냇물이 흐르는 다리를 지나 외암리 민속마을로 들어서자, 현지 할머니들이 여러 가지 농산물을 팔고 계셨다.
"내가 직접 뜯어서 만든 쑥 개떡이니 사가유. 맛있어."
직접 쑥을 뜯어서 만들었다니 맛있을 것 같았다. 엄마가 해주시던 쑥 개떡 생각이 나서 얇고 동그랗게 빚은 초록빛의 쑥 개떡을 세 개 샀다. 마을엔 초가삼간 집, 중류층 집, 상류층 집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집안 곳곳 예전에 농사짓던 여러 가지 농기구들을 볼 수 있었다. 옛날에 김치를 보관하던 저장소를 처음 보았다. 짚을 엮어서 고깔 모양으로 만들어 눈 비를 막아주게 만든 것을 보니 조상들의 지혜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