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수이작가수이작가는 기자들을 초대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김지원
수이 작가는 10년 전 미대에 입학했다. 그때 처음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왜'라는 질문은 언제나 인생을 당황하게 만든다. 쉽게 길어올릴 수 없는 대답이다. 이곳, 저곳을 뒤지며 답을 찾았지만 결국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도 잊게 됐다. 의미없는 시간에 소진된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회색 먼지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이 문제일까?"
프랑스로 떠날 결심은 그때 했다. 3년간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20대 중반이 돼서 다시 학생이 됐다. 프랑스 국립미술학교 '에꼴 데 보자르'에 입학했다. 프랑스에서 그를 먼저 맞이한 건 쨍쨍한 햇볕이었다. 사는 곳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댔다. 거리가 그림인지, 그림이 거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영상에서 보던 에펠탑과 몽마르트 언덕, 몇백 년 전에 지은 건물들. 스스로 그림 속 모델처럼 느껴졌다. 이 행복한 그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난 영화로 바뀌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프랑스 말을 하는 것도 어설픈데, 락다운이 반복됐다. 당도 보기 힘들었고 며칠 동안 같은 음식을 먹기도 하며 집에 갇혔다. 다시 거리를 걷게 됐을 때 그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그녀를 다시 집에 가둬버렸다. 길을 걸을 때마다 누군가 나를 때릴 수도 있다는 생각,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파리 전체가 감옥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소외는 오히려 내게 편안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