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마트산업노동조합
일요일 의무휴업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2011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마트에도 의무휴업일이 생겼다.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일요일,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아이들과 주말에 놀러 갈 수도 있고, 가족 모임도, 동창회도 갈 수가 있다. 일요일에 쉬는 것이 남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내 입장에선 달랐다.
하루 쉬려면 관리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말투를 견뎌야 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와 같은 날 경조사가 겹치면 서로 눈치 보며 스케줄 표에 먼저 표시하고, 그것도 안 되면 제비뽑기로 휴무를 정하기도 했다. 육체적 힘듦보다 더 징했던 이런 일들을, 일요일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어느 해 어린이날 근무를 해야 하기에 이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날 밤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놀이동산에 다들 엄마·아빠들이랑 왔는데 자기만 이모들이랑 왔다며 정말 서럽게 우는 거였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다.
아이의 어린시절 사진 속에는 엄마는 항상 곁에 없고, 대신 이모들이 있다. 아이의 유년 시절 동안 모든 것들을 같이해야 하는 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고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이 친구들 앞에서도 제대로 엄마 노릇도 못했다. 많이 섭섭해하던 아이가 이제는 다 커서 옛날 이야기들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기억 속 엄마는 일요일에도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 어린 시절 같이 보내주지 않은 엄마였단다.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아야 했다.
마트에서 일하는 나는 가족들 구성원 속에 존재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제대로 가족여행도, 주말 가족 모임도 참석할 수 없는 나이기에 언제나 가족들로부터 제외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사람답게 사는데... 일요일 의무휴업을 없애겠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