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는 20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마산기독교청년회 제100회 아침논단으로 "한국사회 현실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윤성효
박 교수는 초등학생들의 해병대 캠프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유순한 몸과 마음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군사주의적 훈육의 지속이다"며 "어린 아이들을 군대 캠프에 보낸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아동학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초등학생을 해병대 캠프에 보내는 게 정상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착취가 필요한 산업구조가 되면 인권감수성이 높아질 수가 없다"며 "직장갑질이 어느 사회나 있지만,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피해율이 높다. 한국은 폭언, 폭행 등 죄질이 무거운 직장갑질이 많다. 이는 서열적이고 착취가 가능한 구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인권 감수성'은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지금 서구에서 노동문제로 경찰에 잡혀가는 일은 없다. 그런데 탄소배출을 하지 말라고 석유회사를 찾아가 농성하다 잡혀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는 그만큼 전 인류의 의제다. 한국은 탄소배출량이 굉장히 높다.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선진국이 된 만큼 그 명예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인간과 함께 자연도 피폐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수출 주도로 성장해 왔는데,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동 착취를 해왔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경제구조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재벌·대기업의 독과점 구도를 언급한 그는 "한국의 국민총생산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 상위 10대 기업의 GDP 대비 매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의 4배 내지 2배 정도로 심하다"며 "거시적으로 과독점 구도가 심하면 극소수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로, 한국은 대단히 심각하다. 역피라미드 구조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세금과 노동 등이 거론되었다. 먼저 조세와 관련해, 박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는 생산보다 재분배가 필요하다. 대단히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는 재분배가 되지 않으면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가진 사람한테 거둬서 못 가진 사람한테 주어야 한다. 그것이 기본 과제다"고 했다.
"세계에서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높은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부유층이나 기업에 더 많은 과세를 해도 충분하고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복지 지출을 높여야 한다. 한국은 소득 수준이 독일과 비슷한데 복지 지출은 거의 두 배 정도 낮다.
국민들이 아프면 독일은 의료보험으로 치료하는데 한국은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보험보장률 70%를 목표로 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독일은 국민연금으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나 한국은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을 편하게 하기가 불가능하다."
'누구나 대학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제 아이는..."
노동 관련해 그는 "현재 한국은 노동시장의 비정상 구조다. 한국만큼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노르웨이는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 정도인데, 법적으로 비정규직 고용을 억제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계절성, 단기성, 대체성 등 조건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법적으로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달성되지 않았다. 한국 비정규직은 12년 전과 거의 같다"며 "비정규직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경제 전체에 있어서 비정규직의 사용제한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공부문만 할 게 아니라 더 큰 규모인 민간부문까지 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노조 조직률이 여전히 낮은데 이걸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기업 경영 참여권은 법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이제 자본수입국이라기보다 자본수출국이다. 한국의 경제영토는 한반도보다 넓고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진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 자본이 외국에 설립한 공장에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1100만명 정도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만큼 저임금,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질문이 쏟아졌다. "누구나 대학에 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박 교수는 "제 아이가 올해 21살인데 대학에 가지 않고 판매사원으로 일한다. 더 공부하고 싶거나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대학에 가는 것이지 반드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데, 오슬로대학 학과에서 한때 신입생 나이 통계를 내보니 23세가 가장 많았고, 고교 졸업과 동시에 들어온 학생은 소수였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현 정권에서 가장 나쁜 것은 외교... 미일과의 일체화는 망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