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I '대화(Dialogue)' acrylic and charcoal on paper 57.5×77cm 2023. 관객이 공간에 들어와 마음대로 놀고 상상하라고 여백을 많이 준 것 같다.
김형순
이우환은 일본에서 근대를 거부하는 '68혁명'을 경험했다. 그는 '모던'을 근대와 현대로 구분한다. 이걸 미술에 적용하면, 어폐가 있지만, 작가가 "혼자 다 그리겠다"고 하면 그건 '근대미술'이 되고, 이우환은 이걸 파시즘이라고 부른다. 작가가 "작업에 거의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건 '현대미술'이 된다. 모든 걸 관객에게 맡겨 둔다는 의미다.
그는 단절과 불통을 낳은 근대적 사고를 해소해야 인간과 자연 사이에 대화가 열리고, 공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 현대미술은 관객과 작가의 구분이 없고, 관객이 작가의 작업에 들어와 함께 놀아줄 때 시공간을 초월해 작업이 완성되는 것으로 본다.
그의 이런 발상은 프랑스 인류학자 B. 라투르가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책을 떠올리게 한다. 라투르는 '자연'만 따로 떼놓고 고정불변의 단일한 실체로 본다거나 사람과 사물, 사회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눠본다면 그건 근대주의에 갇힌 오류라고 말한다. 이중적 모순에 빠진 현 문명을 하이브리드 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