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TWC2의 알렉스 아우(Alex Au) 부회장.
TWC2 제공
- 싱가포르의 이주 가사노동자 제도는 어떤 배경으로 탄생하게 됐나?
"1980년대 싱가포르는 경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길 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주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모든 가구에 동등하게 이 제도의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높은 급여를 받는 고학력 여성이 있는 부유한 가정이 이주 가사노동자를 고용했다. 현재도 싱가포르 전체 가구의 약 20%만이 이주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왜곡된 효과를 개의치 않았다. 1980년대 당시 리콴유 총리는 '우생학 사상'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그는 똑똑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부유한) 여성이 더 똑똑한 아이를 낳으면 싱가포르가 더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덜 똑똑한(즉 덜 부유한) 여성은 덜 똑똑한 자녀를 낳고, 이는 싱가포르의 미래에 좋지 않다고 여겼다."
- 싱가포르에 있는 이주 가사노동자 현황은?
"2022년 12월 현재 26만 8500명의 이주 가사노동자가 있다. 법에 따라 가사노동자는 모두 고용주와 함께 살아야 한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출신이며 인도와 스리랑카 출신도 일부 있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저임금 노동자 수는 103만 3500명인데, 이중 가사노동자가 약 26%를 차지한다."
- 한국 정부는 '돌봄노동의 부담 때문에 저출생 문제가 생긴다'며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시범도입하려 한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이유에서 이주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것인가?
"제도 도입의 주목적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였지만, 저출생과 관련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싱가포르 출생률은 1970년대에 급격히 떨어졌다. 1972년 합계출생률은 약 3.0명이었으나 불과 5년 후인 1977년엔 2.1명 아래로 떨어졌다. 1980년대엔 저출생 문제가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주 가사노동자가 출생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가사노동자가 있는 가구는 싱가포르 전체 가구의 20%에 불과하다. 때문에 그 효과는 1/5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사노동자 제도의 출생률 제고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2023년 예상 출생률은 1.24명이다(2022년 출생률은 1.05명). 이를 2.1명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평균 0.9명의 자녀를 더 낳아야 한다. 일부 사람들의 주장처럼 '집에 가사노동자가 있어 출생률을 올릴 수 있다'면, 가사노동자를 고용한 가구의 여성은 1인당 4.5명의 자녀를 더 낳아야 한다는 계산에 이른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목표다."
친구 못 만나게 하고, 가사노동 외 다른 일까지... 거절 못 하는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