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선언 후 첫 일요일, 붐비는 명동정부가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한 후 첫 일요일인 5월 14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1일 엔데믹을 선언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이로써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 확진자가 만 명 이상 나오고 있다. 이 시기 엔데믹 선언은 적절할까? 이에 대해 의견 등을 들어보고자 지난 15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최근 정부가 엔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엔데믹을 맞이하는 소회가 어떠세요?
"만감이 교차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제가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사실 지난 3년 반가량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너무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아주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지 않나 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풍토화됐기 때문에 이에 어떻게 잘 대응할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아요."
- 하루 확진자를 매일 체크하던 때가 있었죠. 그 수가 엄청났을 때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고요. 근데 언제부터인지 확진자를 체크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만 명 이상 나오고 있는 거로 알거든요. 지금 엔데믹 선언하는 게 맞을까요?
"코로나19의 유행을 장기 예측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하지만 지금까지 자연 감염으로 획득된 면역이나 백신 접종을 통한 중환자 발생·사망자 감소 효과들이 합쳐지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유행은 당분간 오지 않을 거라고 보고요.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소규모 유행이 반복되는 형태의 풍토병화됐다고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엔데믹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크게 무리는 없어 보여요. 하지만 경우에 따라 유행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것들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 엔데믹의 '엔'을 'end'로 이해해서 끝난 걸로 받아들이기도 하던데요.
"엔데믹은 실제로 풍토병화돼서, 항상 위험이 되는 질병이 됐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언론에서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 됐다는 변화의 내용 설명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이 되면서 '코로나19가 끝났다'는 이미지를 자꾸 주고 있거든요. 사실 이건 아주 급격하게 진행하는 엄청난 규모의 팬데믹이 끝이 나는 과정이고 결국 풍토병화가 계속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거든요. 또 하나는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가 아주 특별한 변이를 하게 되면 다시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은데요. 이런 게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이해돼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강력한 변이가 나와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봐요. 코로나19와 관련돼서 개발된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효과는 없지만 중환자를 예방하는 효과가 충분하고요. 또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이나 공급도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또 여러 치료제 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것들을 다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변이가 생겨나겠느냐, 하면 완전히 0%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됩니다."
- 병원에선 마스크가 의무였다가 의원급 등을 대상으로는 완화했잖아요. 적절할까요?
"가장 중요한 게 병원이나 요양병원 요양원 같은 취약 시설들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입원 환자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마스크 의무는 계속 유지가 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해제가 됐죠. 사실 의원급 의료기관 같은 경우, 소아 청소년을 주로 보거나 건강한 사람들을 보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면 모르겠지만 내과계 등은 외래 공간에 고위험군들이 많이 모이거든요.
아시겠지만, 통상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공간은 상당히 좁고 사람들의 간격을 충분히 넓히기 어려우면서 경우에 따라 환기가 쉽지 않은 곳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워요."
- 지금 코로나19가 계절독감보다는 더 위험한 거죠?
"그렇죠. 아무래도 치명률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70~ 80대의 치명률은 여전히 인플루엔자보다는 높고요. 코로나19는 1년 내내 진행하고 전파력이 훨씬 크잖아요. 그래서 인플루엔자보다 좀 더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질환이죠."
-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에서 5일 권고로 바뀌었어요. 괜찮을까요?
"어려운 부분인데요. 사실 격리 의무도 고위험 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나 환자들은 7일 격리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들이 원내에서의 유행을 방어하기 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요. 또 하나는, 이게 권고가 되면 결국 대다수 직장인은 쉬지 못하고 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이럴 경우 해당 직장에서의 전파가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건 결국 전체적인 유행이 커지는 원인이 될 수 있고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분들이 격리 의무를 지키지 못해 쉬지 못하면 이분들 중에서 중환자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죠. 그게 얼마나 커질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은퇴한 분 중 직업을 다시 얻게 되는 이들이 있는데 코로나 걸려서 쉰다고 하면 직장을 잃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이런 분들이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되면 그중 고위험군에서 중환자가 나올 수 있는 거죠. (격리 의무 해제는) 유행 규모가 커지는 데 기여를 할 수도 있고 또 중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어려워요. 고용의 안정성이 취약한 분들일수록 좀 더 쉴 수 있는 문화를 분명하게 만들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