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배승아 학생의 어머니는 딸의 사망진단서를 보여주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가해자로 인해 딸이 사망했는데 사고의 종류가 ‘비의도적 사고(붉은색 표시 부분)'라고 적혀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성호
병원에서 나온 승아의 사망진단서를 보고 가족들은 다시 충격을 받았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가해자로 인해 사망한 딸의 사인이 '비고의성 사망'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교통사고로 분류돼 '고의'로 적시되지 않는다는 설명에 할 말을 잃었다. 오빠는 음주운전 살인의 형량들이 가벼운 이유도 이 죄를 '비고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엄마는 "대상을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을 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건) 누군가를 해칠 마음이 있다는 거"라고 했다. 엄마는 "아무 짓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는) 아무 짓을 한 겁니다. 자기 살려고 (차오는 거) 부딪히는 거 피하려고 그렇게 핸들을 꺾어서... 남의 새끼를 죽였어요"라고 분노했다. 사과도 이미 늦었다고 했다. 엄마는 "합의 의사도 없고, 합당한 죄를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엄마는 승아가 떠난 뒤,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들의 판결 기사를 열심히 찾아봤다. 이내 서러움이 밀려왔다.
"형량이 정말 얼마 안 되더라고요? 저는 평생 고통 속에 살 거고, 우리 딸은 이미 갔는데... 솔직히 저는 재판만 기다리고 있어요."
가족들이 원하는 건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살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다. 오빠는 "음주운전 살인 자체가 살인죄 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엄마 또한 "사고 유무를 떠나서 음주운전 자체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술 먹고 운전대를 안 잡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승아양을 사망케 만든 가해자의 첫 재판은 오는 31일 대전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오빠는 승아양 사고 이후에도 계속 터져 나오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와 스쿨존 사망사고 뉴스들을 보며, 유족들과 소통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함께 힘을 모으고, 위로도 해드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지난달 16일에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기자회견에 목소리를 더했다.
오빠는 "패가망신보다 더한 법안을 원하지만, 그래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바꾸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나서서 돕고 싶다"고 했다. 엄마도 같은 말을 했다.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법 후) 시행착오로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우선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지 말고, 하나씩 고쳐 가면 되잖아요. 시작도 전에 탁상공론에 그칠까 봐 무서워요. 말만 이렇게 나왔다가 쑥 들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거고. 다시 이런 유가족이 생길 거고..."
엄마는 친구들을 유난히 좋아했던 딸을 위해서라도, 음주운전 살인을 막기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승아의 사고를 "옆집 아이의 불행으로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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