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린 지난 5월 13일 2차 대이동에 나선 부산 온천천 아기두꺼비들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김보성
"아이고 이봐라, 이 뭐꼬. 아니 여기에 두꺼비가 산다고예?"
'폴짝폴짝'이 아닌 '엉금엉금' 모습의 까만 점을 보며 한 부산시민이 말했다. 그러자 주변을 지나던 다른 시민도 말을 거들었다. 언론을 통해 두꺼비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부산 연제구 주민 강아무개(61)씨는 "이 기간엔 그냥 도로를 막으면 좋을 텐데, 통제가 없어서 아쉽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한쪽에선 안타까운 표정의 40대 김아무개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온천천 생태연못 앞을 바라보던 김씨는 "비가 오니 두꺼비가 이동할 것 같아 나와봤는데, 준비없이 왔더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답답해했다. 온도에 민감한 양서류인 두꺼비의 이동을 돕기 위해선 붓이나 얇은 장갑 등이 필요하다.
그는 "작은 생명이라고 경시해선 안 된다. 열악한 도시 환경에서 이 친구들이 산다는 게 너무나 놀랍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5월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 5~10mm의 비가 내리자 올해도 어김없이 온천천 아기두꺼비가 대이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여러 마리의 성체가 오염된 작은 연못을 피해 위쪽 큰 연못에 알을 낳고, 이후 올챙이가 부화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지난 5일 1차에 이어 이날 2차 대이동을 선택했다.
연못 앞과 화단을 새까맣게 메운 두꺼비의 숫자는 수만여 마리로 추정된다. 성체 암컷 1마리 낳는 알은 최대 1만여 개. 포식자의 위협이나 연못 오염 등 심각한 변수가 없는 한 상당수가 올챙이로 태어난다. 뒷다리·앞다리가 나고, 꼬리가 사라진 1cm 남짓한 아기두꺼비는 봄비가 땅을 적신 날을 택해 본능적으로 뭍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