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학교 숙제 검사를 하면서.
이윤열, 이상자
아하! 그러고 보니 아까 이○○ 조교님이 반장을 통해 그림을 보내온 것을 가방에 넣어 둔 생각이 났다. 수업하는 학생들 그림만 붙여놓고, 읽고 맞춤법을 고치고 말았구나. 이분 그림은 자리에 없다고 칠판에 붙이지 않은 생각이 났다.
나는 두 번째 시간에 얼른 그림을 꺼내어 칠판에 붙였다. 정 조교님이 최 학생에게 글자를 짚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아차! 옛 조교님이 없어도 배려 깊던 그 분의 그림을 소개하고 싶어진 것이다.
아흔셋 학생의 그림은 훌륭했다. 3년 동안 쉬었던 솜씨에 입이 떡 벌어졌다. 글은 단 두 줄이다. 글씨를 얼마나 예쁘게 썼는지 난 따라 쓰기 어려울 정도다. 짧은 문장이지만 맞춤법도 틀린 곳이 없다. 놀랍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
어르신들은 꽃을 좋아하나 보다. 예쁜 손 글씨 한 자 한 자 정성이 가득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치켜올리며 손뼉을 쳤다.
"짝짝짝! 놀라워요. 참 잘하셨어요. 어머나, 어쩜 오랫동안 쉬셨어도 그림도 예쁘게 그리셨어요. 글씨는 또 어찌 이렇게 예쁘게 잘도 쓰셨네요. ○○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가끔 색칠 공부도 하셔서 보내주시면 답글도 써드릴게요. 또 그림 도안 보내드릴게요."
논둑길만 조금 넓으면 노인 보행 보조차로 공부하러 올 수 있는데 못 오시는 안타까움에 가슴 아프다. 하긴 오셔도 한 시간 동안만 앉아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아까 수업 시작 때 학습자들 그림과 함께 붙여놓고, 감상하고 맞춤법 고치고 할 것을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 한가득하다. '죄송해요. 이 조교님!' 나는 그분이 자리에 계시진 않지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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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마을학교 성인문해교원입니다. 이밖에 웰다잉강의, 청소년 웰라이프 강의, 북텔링 수업, 우리동네 이야기 강의를 초,중학교에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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