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바이올린새로 구매한 연습용 바이올린
이가은
드디어 기다리던 레슨 첫날. 새로 구입한 바이올린은 내 마음처럼 반짝 빛났다. "자~ 악기를 꺼내서 턱받침을 끼워볼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악기를 꺼낸 바로 그 순간부터 무언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활 털에 송진을 듬뿍 바르고, 턱 받침을 끼운 바이올린을 턱에 댔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선생님 원래 이렇게 불편한가요?"
"처음이라 그래요. 편안한 자리를 찾아보세요.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예요."
그래 처음이라 그런가 보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왼쪽 턱 아래에 턱받침을 끼운 바이올린을 어설프게 받치고 자세를 잡고 활 잡는 법을 차근차근 배웠다.
"오른손으로 활을 잡아볼게요. 검지를 감듯이 잡고 약지는 세워서 활 끝부분에 댈게요. 검지와 약지의 힘으로 지탱하고 나머지 손가락들은 가볍게 얹는 정도로 잡아주세요. 활이 올라갈 때는 새끼손가락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내려갈 때는 검지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거예요. 자세는……."
여기까지 들었는데 내 머리는 이미 과부하 상태이다. 분명히 선생님의 말씀대로 활을 잡았는데도 오른손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게 맞나?'
손 모양을 고쳐서 잡았는 데 활을 그을 때마다 손 모양이 망가졌다. 활을 긋고, 손을 고치고, 활을 긋고 손을 고치고의 무한 반복이었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여 주실 때는 우아하게만 보이던 활 긋기가 내가 하니 통나무처럼 뻣뻣하기 그지없을 뿐더러 또 왜 이렇게 듣기 싫은 소리가 나는 건지 원~!!
'와~~ 나 이거 할 수 있을까?'
악기를 잡은 지 5분 만에 진심 그만한다고 선언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내 자세는 움츠러들었는데, 선생님은 인내심 있게 자세를 계속 교정해 주셨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는 등 뒤의 날개 뼈를 더 조여주세요. 활을 업 할 때 어깨를 일부러 빼지 말고, 활을 올리면서는 오른손 손목을 더 꺾어주세요. 네 좋아요. 팔에 힘을 더 빼세요."
손목을 꺾고 어깨는 살짝 빼고 팔꿈치는 홱 돌리고 심지어 날개 뼈까지 조여야 하다니. 게다가 이 모든 행동들은 힘을 빼고 하라니.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선생님 저 오십견 있어요. 한쪽 날개 뼈는 이미 잘 움직이지 않고요, 테니스 엘보에 손목 터널 증후군까지 있어요'라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아~ 전혀 몰랐다. 바이올린 연주가 이렇게 온 몸을 다 써서 해야하는 줄 말이다.
이래서 악기는 어렸을 때 해야 하는데... 그동안 앉아서 일하느라 굳어버린 날개 뼈를 움직이랴, 손목을 꺾으랴, 레슨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는데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수업에서 딱 한 가지 활 긋기만 배웠는데, 앞으로 나갈 진도들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거 맞아?'라는 의문이 들 때 뭔가가 보였다.
흉터처럼 남은 자국. 선생님은 8살 무렵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래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 쉽게 배웠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바이올린 몸체가 닿는 턱 부분에 까맣게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바이올린을 얼마나 많이 연습하면 턱에 자국이 생길까? 음대에 들어갈 정도라면 엄청난 시간을 연습했겠지……. 그래서 마치 바이올린과 한 몸인 것처럼 멋지게 연주 할 수 있는 거겠지.
내가 또 망각했다. 뭐든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일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익숙해지고 잘 하게 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수많은 연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오해도 했었다. 손에 악기를 딱 잡는 순간 멋지게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오해 말이다.
내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