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목사
박철
예수님의 비유 가운데 강도 만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저녁 늦게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되었다. 강도 만난 사람이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제사장과 레위인은 모르는 척하고 지나갔는데 사마리아 사람은 이 생면부지의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사마리아 사람 덕분에 강도 만난 사람이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예수님이 율법교사에게 물었다. "자 그러면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시오?" 예수님의 질문은 "나의 이웃이 누구냐"를 묻지 말고 남을 중심으로 해서 "내가 누구의 이웃이 되어 줄 것인가"를 먼저 물으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미래로 나가자고 주장한다. 어찌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들의 문제가 과거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들의 문제는 현재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강도 만나 신음하고 죽어가며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희생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한다.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이 시대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깊이 응답하고 공감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시대 정의란 무엇이고 공의란 무엇인가? 아픈 사람, 눈물 없이 살 수 없는 사람,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울 때 같이 우는 것이다. 그들이 부르짖을 때 같이 부르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의와 공의의 핵심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에겐 정의를 행할 능력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도 없다. 그것을 그에게 기대할 수 없다니 참으로 불행하다.
성경에 "양심에 화인(火印) 맞은 자" 이야기가 나온다. 양심에 "화인을 맞으면" 불도장이 찍히면 양심이 마비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둔감해진다. 양심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게 된다. 말을 함부로 하고, 무엇이든지 자기가 기준이 된다. 자기가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고 남을 지배하려고 든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매사 언행이 그렇지 않은가?
독일의 히틀러 시대에 본회퍼 목사라는 분이 계셨다. 반나치운동에 앞장섰던 본회퍼 목사는 비밀결사대를 조직하여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발각되어 감옥에서 순교했는데 그분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게 더 큰 악이다", "미친 운전자가 행인들을 치고 질주할 때 목사는 사상자의 장례를 돌보는 것보다는 핸들을 뺏고 차에서 끌어 내려야 한다." 그렇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미친 운전자의 핸들을 뺏고 차에서 끌어 내리는 것이다. 하느님의 소명을 받은 목사로서 조금도 주저할 일이 아니다.
취임 1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정부 출범 전과 후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종이에 연필로 써보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이 얼마나 형편없게 망가졌는지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 예수께서 활동하던 당시 기득권세력인 바리새인에게 나의 스승인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가 눈이 먼 사람들이라면 도리어 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지금 본다고 말하니 너희의 죄가 그대로 남아 있다."(요한복음 9:41)
내년이면 내 나이 70이 된다. 지난 세월 서슬 퍼런 박정희 유신도 전두환 군사독재도 다 겪어 보았지만, 요즘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로 우울하다. 검찰 공화국은 더 악랄하고 교묘해졌다. "이게 나라냐?"라는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향후 이 나라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머지않아 반드시 꼬꾸라질 것이다.
각성한 시민들이 모이고 소리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역사의 새날이 올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지금 우리는 검찰과 보수언론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유린과 민족적 자존심의 훼손을 목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악이 아무리 성해도 진리가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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